아무리 생각해도

먹은건-

열무김치 보리밥에 숭늉뿐인데.

 

밤중에 자다말고

꺼억 꺽

마구 가슴이 쓰리고 메스꼽다.

 

어렸을때는

<어떻게 생겨먹은 속이길래, 넌 어찌 하여 체하는 빛 뿐이냐, 자아 엎드려. 吐(토)해버리면 곧 낫느니라.>

잔등을 아프도록 두드리며 하시던 말씀.

 

하-아.

저절로 벌려지는 입을 다물려고도 않고

시큰한 하수도 앞에 쭈그리고 앉다.

으억, 어어억

꾸정물은 얕은 가슴안에서만 作亂(작란)한다.

그래 난, 더더욱 싫어지는

목안으로 손구락을 넣는다.

<아주머니 잔등을 좀 쳐주세요 어서 빨리 吐(토)했음>

 

이밤따라

하늘엔 별도 총총한데

몇포기 꽃나무 그림자

귓것마져 나와 놀듯한 밤이다.

꺼억-꺽

五臟六腑(오장육부)를 뒤트는 이 고통에도

밤은 정녕 모르는척 돌아선 姿勢(자세)임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날 위해 아줌마, 잠을 좀 꺠워줘요>

 

먹은거라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열무김치 보리밥 뿐인걸.

침 한 방울 없는 헛구역질은

더욱 견딜 수 없어라.

(國文科(국문과)) 金聖實(김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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