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前(일전) 講義(강의)를 끝내고 ㅇ路(ㅇ로), 校門(교문)을 나서서 내려오는데 길가에 册(책)을 널어놓고 ‘한 卷(권)에 十(십)원이요’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하도 싼값이기에 무슨 册(책)인가 하고 册(책)장사 옆에 쪼구리고 앉아 들여다보니 文庫本(문고본)이 十(십)원이고 分量(분량)이 좀 많은 것은 二-三十(이-삼십)원이었는데 文庫本(문고본)은 ‘아카데미 文庫(문고)’란 것으로 飜譯書(번역서)인데 大槪(대개)가 좋은 册(책)들이며 그 中(중)에는 내가 잘 아는 분이 飜譯(번역)한것도 있었다. 나는 十(십)원을 내고 슈바이쳐 博士(박사)의 ‘文化(문화)의 沒落(몰락)과 再建(재건)’을 샀다. 슈바이쳐 博士(박사)에 關(관)해서는 日人(일인) 野林實氏(야림실씨)의 著(저) ‘人間(인간)슈바이처’를 읽은 일이 있어 그가 現存人物中(현존인물중) 가장 偉大(위대)한 분임을 알고 있으나 그의 著書(저서)는 읽지 못했기에 그의 哲學思想(철학사상)의 一面(일면)이나마 알고 싶고 포켓트에 넣고 다니면서 틈있는대로 읽을 생각에서 산 것이다. 요즘 十(십)원이라면 어린 애들에게 주는 菓子(과자)값 용돈의 最低單位(최저단위)처럼 되어있는데 책 한 卷(권)에 十(십)원이라니 學問(학문)하는 사람으로서 서글픔과 一種(일종)의 悲哀(비애)감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前(전)부터 잔혹 요즘 學生(학생)들은 茶房(차방)에는 잘 다녀도 책은 사지 않는다고 동료들이 하는 말을 들어왔다. 勿論(물론) 學生全體(학생전체)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며 그 中(중)에는 寸暇(촌가)를 아껴 공부하는 學生(학생)도 相當數(상당수)가 있으나 또 一部(일부)는 그처럼 책과 등을 지다 싶이 하는 層(층)이 많다는 뜻에서이다.

요즈음 物價高(물가고)에 따라 茶(차)값도 싼데가 一五(일오)원이고 普通(보통)은 二十(이십)원이니 册(책)한권보다 비싼 셈이다. 그날 내가 册(책)을 사가지고 내려오면서 有心(유심)히 뒤를 돌아 보았으나 册(책)을 사려는 學生(학생)이 없어 몹시 서운했다. 내가 外地(외지)에서 留學(유학)이랍시고 할 때 册(책)을 사기 위해서 때로는 點心(점심)을 굶기도 했었다. 그 册中(책중)에는 지금도 내 書架(서가)에 꽂혀 있는 것이 있다. 왜 이런 시시한 말을 하느냐하면 읽든 안읽든 于先(우선) 書籍(서적)을 貴重(귀중)히 여기는 學生(학생)이 요즘은 比較的(비교적) 적지 않나해서 이다. 册(책)이란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읽을 機會(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良書(양서)라고 할까, 훌륭한 册(책)을 읽고 난 뒤의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것 같은 흐뭇한 充足感(충족감)과 形言(형언)하기 어려운 一種(일종)의 幸福感(행복감), 이러한 幸福(행복)한 時間(시간)은 學生(학생)들이 가장 많이 體驗(체험)해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學生(학생)의 使命(사명)은 眞理(진리)에의 尊敬(존경)과 사랑 그리고 探究(탐구)에 있으며 아울러 人格陶冶(인격도야)일 것이다. 오늘의 社會(사회)가 아무리 混亂(혼란)하다 하드라도 將來(장래) 이를 바로잡고 是正(시정)할 사람은 오늘의 學生(학생)들이 아니겠는가. 人間(인간)은 本質(본질)에 있어서 理性的存在(이성적존재)이다. 여기 自我性(자아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同時(동시)에 感性的(감성적)이기 때문에 外的自然(외적자연)의 制限(제한)과 여러 가지 影響(영향)을 받는 것은 어쩔 道理(도리)가 없는 것이기는 하나 이 理性(이성)과 感性(감성)의 對立(대립)과 乘離(승리)를 克服(극복)하여 自我(자아)의 純粹性(순수성)을 지니고 길러나가야만 될 것이다. 오늘의 歷史的(역사적) 時點(시점)에 서서 그대를 特有(특유)의 맑은 精神(정신)과 눈으로 現實(현실)을 冷靜(냉정)히 直觀(직관)하고 眞理探究(진리탐구)에 獻身(헌신)하여 將來(장래) 國家(국가)와 社會有爲(사회유위)의 人物(인물)이 되어 주기를 渴望(갈망)하는 바이다.

(글쓴이 文理大敎授(문리대교수)) 裵吉基(배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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