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次大戰(일차대전)이 끝났을 때 獨逸(독일)은 무서운 경제공황에 빠졌다. 그때 어찌나 인프레가 심했던지, 점심한 끼 먹는데 돈을 추럭에 실고 갈 정도라고 했으니 말은 다했다.

그 당시에 있었던 에피소드 한토막.

두 兄弟(형제)를 가진 가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큰 형은 돈을 벌어선 麥酒(맥주)만 마시고 그 병을 빈창고에다 처박아주었다. 몇해가 지나니 빈 창고엔 맥주병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유달리 부지런한 동생은 月給(월급)을 타선 몽땅 저금이다. 아마 장가 미천이라도 장만할려고 한 모양이다. 아버지는 언제나 술꾼인 큰형을 나무랬다. 동생을 본받으라고 타일렀다.

몇 해를 지나는 동안 獨逸(독일)은 大戰(대전)에서 敗(패)하고 인푸레를 만났다. 열심히 한푼 두푼 모아서 저금한 돈은 보람도 없이 休紙(휴지)가 되었다.

그런데 형은 어떻게 되었는가. 몇 년 동안 마신 술병은 막대한 돈을 벌게 되었다. 번 돈은 술로 탕진했지만 대신 빈병은 돈을 벌게 되었다. 분명히 아이로닉한 넌센스이다. 그런 것을 가리켜 不條理(부조리)라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東大門(동대문)에서 西大門(서대문)까지 택시로 百(백)원을 주어야 탄다. 舊貨(구화)로 千(천)환이다. 美國(미국)은 千(천)원이면 飛行機(비행기)로 韓國(한국)과 美國(미국)을 往復(왕복)할 수 있다. 美國(미국)돈 千(천)원과 한국돈 千(천)원.

우리는 지금 130對(대)1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百(백)원이 수복직후 돈이라면 十萬圓(십만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누구를 막론하고 몇 億(억)환씩 가져 본 셈이다. 月給(월급)으로 따지면 지금 돈 千(천)원이면 그 전의 千萬圓(천만원)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돈에 대한 콤푸렉스가 없어진다. 우리는 모두 부자다. 동시에 우리는 모두 가난뱅이다.

(글쓴이·文理大講師(문리대강사)) 李哲範(이철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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