笛(적)

崔元植(최원식)

 

어떤 날

그대 무덤 얼마 안 떨어져

승려와 그 승려들의 한평생 다듬어온 視線(시선) 안에 보듯

누어서 쉬기에 꼭 좋은 흰 바위 위에서

微風(미풍)에 절로 소리나는

피리 하나 줏었네.

 

그대 생전에

아껴 간직한 珠玉(주옥)의 힘을 이기지 못하여

어쩌다 뽑혀 떨어진 머리털 하나

피리 구멍에 칭칭 감겨 나풀거림을 보고 있네.

 

모를 일이다,

긴긴 낮과 밤을

雜鬼(잡귀)들의 妖氣(요기) 한점 서리지 않고

입술에 엄지 손톱에 번진 햇빛 속을

色(색)실이 바늘따라 이리저리 옮아 가다

한곳에 다달아 끊어진 空虛(공허)와도 또 다르게

이상히도 칭칭 감겨 나풀거림을 보고 있네.

 

지금은 안개뿐인

싸리나무 숲에는 마른 나무 잎

잎들 안에 숨어서 엿보는 새들의 영혼이

피리 구멍 마다 찬찬히 박혀서 반짝거릴 때,

모질게 사랑으로 첨벙거리며

내 눈물은 피리 구멍에 방울방울 흘러 떨어져

이제는 아무것도 보이지 ㅇ낳네.

(詩人(시인)‧國文科(국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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