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 편집장

정동훈 편집장
▲훌리건(Hooligan)은 ‘영어로 ‘건달, 깡패’의 의미로 축구장에서 난동을 일으키는 광적인 축구팬을 지칭하는 말이다. 옥스퍼드대학의 기록에 의하면 ‘훌리건’이란 단어가 처음 쓰인 것은 1898년 영국의 한 조간지에서 라고 한다. 그러나 그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악명 높았던 깡패 ‘Houlihan家’ 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비숫한 시기에 슬라브어와 러시아어에서 같은 단어가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이 단어가 동유럽에서 생겨나 영국으로 유입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처음에는 거리에서 싸움을 일삼는 불량배나 깡패 등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1960년대 축구장 폭력이 점점 기승을 부리게 되자 축구장에서 난동을 일삼는 무리들을 지칭하는 오늘날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경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 훌리건들의 난동은 유혈참사는 물론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985년 브뤼셀 하이젤 구장에서 영국 훌리건 난동으로 스탠드가 붕괴되어 40여명이 사상한 사건 등 대형 참사가 속출하였다. 유럽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훌리건 대비책을 세우느라 고심해왔다.

▲우리나라의 대학가에도 훌리건이 존재한다. 그러나 광적인 축구팬을 뜻하는 본래 의미와는 다르게 여기서 훌리건은 인터넷공간에서 특정대학교의 우수한 점만을 각인시키거나 특정대학을 비방하는 누리꾼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다음 ‘훌리건 천국’카페와 디씨 인사이드 4년제 대학 갤러리 등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이른바 ‘서연고…’로 시작되는 정답없는 대학 서열매기기에 열중한다. 아웃풋을 의미하는 사법고시, 행정고시 합격자 수와 인풋을 의미하는 수능 배치표 등을 어떤 이들보다 신속히 공유하고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이들은 입시철이면 어떤 이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한 입시상담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수많은 훌리건들이 이 같은 활동을 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학교를 사랑하는 ‘애교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자신이 재학 중인 대학에 대한 사랑, 공동체 의식이 이들을 자발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게 하는 힘일 것이다. 그리고 이면에는 대학을 각 자의 특성에 맞게 보지 않는 ‘대학 서열화’라는 어두운 자화상도 존재한다.

▲훌리건은 우리나라의 대학 서열화 현상이 낳은 기형아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나름의 학교사랑 정신을 바탕으로 대학 홍보와 입시의 상담자 역할을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난동을 일으키는 본래 훌리건들의 행동에서 보듯 지나치다 못해 폭력으로써 잘못 표현된 사랑은 도리어 본뜻을 잃을 수 있다. 훌리건들이 진정으로 대학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은 신뢰와 매너를 지킴으로써 대학의 성숙된 문화를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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