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冬(입동)이 지난 十一月(십일월), 季節(계절)은 冬將軍(동장군)의 入城(입성)을 분주히 서두르며 가난한 이들의 귓밥을 시리게 한다. 마지막 落葉(낙엽)을 긁는 손길이 어쩐지 쓸쓸하고 집집마다 김장 준비에 餘念(여념)이 없다. 켐파쓰에도 겨울 電文(전문)은 와닿았나 보다. 講義室(강의실)의 비인 책상에 앉았던 讀書族(독서족)들도 자취를 감추고 코트깃을 올린 學生(학생)들은 바쁜 걸음으로 겨울 人事(인사)를 건넨다. ‘아이 추워, 오늘은 그만 헤어지세나.

○…鄕里(향리)엔 타작 술에 얼근히 취한 마을사람들이 눈앞에 닥친 겨울 준비도 잊고 흥겹기만 하다. 하얀 햅쌀밥이 口味(구미)를 돋구며 탐스럽게 자란 배추들이 한아름, 철새들도 날아와 밤이면 소쩍새 울음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얀 鶴(학)들이 千年(천년) 기인 울음을 울고 소나무는 푸른 잎새들을 자랑하며 우뚝우뚝 더 한층 멋을 부린다. 山川(산천)에 하얀 눈이 깔리면 太古(태고)의 神秘(신비)를 간직한 숲에서는 후두둑 후두둑 꿩들이 날리라. 그릭 썰매 지치는 아이들로 거리는 또 한번 잔치를 열리라.

○…모두 손을 흔들고 옷깃을 여미자 외롭고 쓸쓸한 가을이여 안녕! 우리 이제 헤어졌다가 첫눈이 날리는 날 외투깃을 세우고 거리의 군참새 선술집에서 만나 한잔 하세그려.

○…서울엔 벌써 첫눈이 왔다. 며칠만 있으면 다시 따뜻해 지리라는 관상대의 예보도 있고 하니 한시름 놓아볼까. 그러나 겨울과 함께 닥쳐올 學期末試驗準備(학기말시험준비)에 學生(학생)들은 손을 호호불며 벌써부터 圖書館(도서관)으로 줄달음친다. <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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