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교수의 비판적 책읽기

지은이: O.N Krishnan                             
오늘 아침까지 인도 뭄바이의 테러 희생자는 119명으로 알려졌다. “이제 인도는 그 어디고, 그 언제고 안전하지 않다!”(혹시 방학 중에, 인도행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들은 충분히 계획 자체를 재검토하거나 만약에 대비한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데칸 무자헤딘’이라는 단체가 스스로 했다는 메일을 언론사에 보냈다는 보도도 있고, 알 카에다 연루설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지금 세계의 거의 모든 분쟁에는 그 이면에 종교가 개재되어 있다. 모든 종교는 평화를 말하는데, 왜 다시 분쟁을 야기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은 채 인도를 보면, 인도사회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금년 여름 내가 인도를 방문하고 있을 때도, 인도 동부 오릿사(Orissa)주에서는 힌두교도들의 ‘가톨릭교회 습격사건’이 일어났다. 교회와 크리스찬들의 집들이 불에 탔다. 모두 56명이 죽었다. 심지어 교회가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산 채로 불태워졌다. 이 사건에도 종교간의 갈등이 배후에 놓여있다. 힌두교와 다른 종교의 갈등의 뿌리에는 ‘인도’라는 나라의 모습에 대한 이념의 차이가 있다.

혹시 우리에게도 ‘인도 = 힌두교의 나라’는 아닌가? 그것은 사실도 아니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인도는 힌두교도들만의 나라가 아니라, 이슬람교와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인의 나라이다. 그런데, 힌두 근본주의자들은 ‘인도 = 힌두교의 나라’여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힌두트바/Hindutva라고 부른다)면서, 성국화(聖國化) 운동을 해왔다. 그들 눈에는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첫 번째 가시고, 간디주의(Gandhism)가 두 번째 가시다. 마하트마 간디 역시 인도는 힌두교만의 나라가 되어서는 아니되고, 모든 종교가 공생(共生)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힌두트바 이데올로기는 독립 이전부터 존재해 오면서, 이슬람과의 사이에 분열의 골을 넓혔고 분리독립을 초래했다. 이후에도 정치적 힘을 가지면서 ‘인도의 힌두교 국가’화를 줄기차게(폭력적으로까지) 행해오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힌두트바 이데올로기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서이다. 철저히 벗기고 있다. 제목의 ‘힌두트바’는 힌두교 원리주의 내지 힌두적 정체성 등으로 번역할 수 있지만 내가 굳이 ‘힌두교’로 옮긴 것은, 저자가 힌두트바만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그 토대인 힌두교 자체까지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나보다 과격하다. 나 역시 힌두교를 비판적으로 말해왔으나, 어디까지나 비힌두교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윤리와 관련해서이지 종교적 신념의 영역에 대해서는 노코멘트였다. 그런데, 그는 그 부분까지 비판한다.

“힌두트바에서 벗어나 담마트바에 의지하라!” ‘담마’는 불교의 언어이다. 힌두교에서는 ‘다르마’로 말한다. 힌두교와 달리 불교는 비폭력적이고(힌두교는 ‘정의를 위한  폭력’을 용인한다), 정치권력과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 그런 입장이 간디주의와 공유하는 측면이라고 본다.

그래서 담마트바는 종교의 탈정치화이자 정치의 탈종교화이다. 종교로부터 벗어난 정치, 이는 정교분리이자 세속국가론이다. 인도는 그렇게 세속국가로 독립하였다. 그럼에도 그것이 위협받아왔던 것이다. 저자는 그 ‘인도 =세속국가’를 지키고 싶어한다. 나도 ‘한국=세속국가’를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 책을 소개하고 싶고, 번역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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