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시 교수, “과거의 상처, 영화화한 대표적 사례”

다카시 교수
넓은 풀밭에서 메뚜기를 잡고 있는 한 시골 소년의 얼굴.
박 형사 역의 한 남자가 범인을 주시하는 듯한, 그의 얼굴.

얼굴로 시작해 얼굴로 끝나는 영화 ‘살인의 추억’, 이러한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일본 교토조형예술대학 다카시 교수의 초청세미나가 27일 문화관 제 1세미나실에서 개최되었다. 다카시 교수는 일본에서 영화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쓴 ‘살인의 추억’ 평론은 일본 내 한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한국의 대표적 영화 잡지인 ‘씨네 21’에 기고된 바 있다.

다카시 교수는 “올드보이와 같이 작품성 높은 한국 영화의 제작은 경제 불황 시기와 거의 시기를 함께하고 있다.”며 “1929년 대공황 속에서 황금시기를 맞았던 할리우드 영화와 비슷하다”는 말로 세미나를 시작했다. 더불어 경제 불황 속에서 한국영화의 열풍이 이뤄졌기 때문에 영화의 소재도 가정 해체, 절망 끝에 자살을 시도하는 월급 생활자 등 불행한 모습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박하사탕’의 주인공 ‘영호’가 경제 불황 속에서 모든 것을 잃고 철교를 달리는 기차에 자살을 시도하는 모습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다카시 교수는 98년 이후 한국영화가 빠르게 산업화를 이룬 한국 역사의 상처를 이야기화 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고 보았다. ‘살인의 추억’ 또한 과거 한국 사회의 상처를 이와 같은 전략으로 영화화 되었다고 보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그는 “영화에서 박 형사 역의 송강호가 시체를 찾기 위해 좁고 어두운 터널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어두운 과거를 들여다보는 모습 같다”고 말했다. 또한 “용의자 박해일과 이형사역의 김상경이 싸웠던 장소, 큰 터널은 치료할 수 없는 과거의 상처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다카시 교수는 범인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 ‘살인의 추억’ 중 마지막 부분인 ‘박 형사 역의 송강호 얼굴’에 주목했다. 이러한 얼굴 클로즈업은 흉악범이 자신을 포함한 ‘보통 얼굴’ 중 하나로 ‘현재’에 살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잔인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시골 아이들이 시체를 구경하다 논밭을 구르는 모습을 등장시키는 등 양질의 웃음을 도처에 끼워 넣는 연출이 가장 돋보였다고 하며 세미나를 마무리 지었다.

이번 초청세미나는 ‘살인의 추억’을 제 3자의 입장에서 한국사회의 아픔과 함께 바라봤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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