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뜨라미 울어대는 가을이 되면 하늘은 마냥 높기만 하고 마음은 공연스리 허전하고 스산해지기 마련인가 보다.

매양 생활에 쫓기느라고 책이라고는 잡지나부랭이도 거들떠 보지 않던 사람들도 가을이 되면 어쩐지 썰렁한 마음을 달래보기 위하여 어느 구석엔가 틀어백였던 옛 책을 꺼집어 내어 책장을 뒤져기고 싶어지는게다.

그것도 그럴것이 춥지도 더웁지도 않은 가을의 날세는 봄철모양 울긋불긋 달뜨게 하지도 않고 어쩌지 온존하게 생각 할 수 있는 빚갈을 갖다주며 더욱이 밤이 길어져서 좋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상사람들은 가을을 가리켜 공부하는 철, 책을 읽는 계절이라고들 하고 그러기에 이 가을이 되면 으레히 ‘독서주간’이 있기 마련이다.

공부란 끝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을리 없고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는 것도 남 못지않게 알고는 있지마는 하필이면 이 가을이라야 또 나아가서는 독서주간을 맞어서야 꼬집힘을 받는단 말인가

학생이란 공부하는 사람이다.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은 학생이 아니다. 그러니까 학생은 책을 읽지 않고는 못백이는 사람들이다.

이 학생들에게 있어서까지 독서주간의 자극이 필요하다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그런데 이때를 당하여서도 아무생각없이 세월을 넘기는 학생이라면 어버이가 피땀흘려버는 아까운 돈을 더 이상 없애기 말고 물러서야 할 것이다.

정말이지 독서 주간이란, 때묻고 이즈러진 생활 속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에게나 책장사들의 철맞이 선전 광고 따위로나 돌릴 수 있는 에월이 하로빨리 와야 할게 아닌가.

책을 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뜻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좋은 책을 골라서 꾸준히 본다는 일이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막된 책 백권을 보는 것 보다는 잘된 책 한권을 본다는 것이 더욱 값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올해도 9월 24일부터 일주일간을 ‘독서주간’으로 정하고 책 읽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독서주간을 정하고 좌담회를 하고 푸래카-드를 달고 또는 강연회를 열고 하는 등의 일들이 정녕 독서하는 것과 얼마나 직결 되는 지는 몰라도 행사 이상의 어떠한 보람을 갖일 수 있는 참된 그 기운이 움터야 할 것이다. ‘뜨루게네프’의 시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내일은 내일은하고

사람들이 희망을 거는 내일은

우리들을 사망역으로 사망역으로

이끌어가는 내일이로구나

아!덧없는 내일이로구나

하고 깨달었을때에는

이미 말을 할 수 없는 무덤 속에 송장이 되었도다

정말이지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하염없이 늙어가는 인간에게는 진정 내일이란 없는 것인가?

세상 만사를 꾸믕로만 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덧없는 세상에서 뜻깊은 삶을 보내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길밖에 없다.

그리하여 마음의 영양을 섭취하고 겨레의 얼을 닦고 빛내야 할 것이다. ‘책을 읽자’ ‘책을 읽히자’는 등의 헛된 구호는 필요가 없다. 말없이 꾸준하게 책을 차근차근 읽어가는 것만이 오로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이 기회를 통하여 한마디 하고자 하는 것은 학교 도서관의 조속한 정비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일도 많겠지마는 학문연구에 필요한 모든 서적을 갖춰서 공부하려는 학생에게 불편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책을 읽으라는 소리를 크게 외치면서 읽을 책을 마련해놓지 않았다면 빈밥상을 놓고 밥을 먹으라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가을과 독서주간을 맞이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은 독서주간의 설치가 필요없는 날이 하루 빨리 올 것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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