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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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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주거권을 보장하라
▲김태훈(문예창작학과12)

전세 8천만원짜리 집에 산다. 평수로 따지면 열 평 가까이 된다. 월세는 5만원이고 대출 이자로 매달 10만원 가량을 낸다. 거기에 전기세나 가스비를 합쳐도 한 달에 20만원이 넘지 않아서, 일주일에 3일 정도만 일해도 먹고 사는 일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됐다. 이런 일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게 되었다.
처음 살았던 바퀴벌레가 들끓는 35만원짜리 고시원에서 뛰쳐나오면서 월세방을 구했다. 월세와 공과금을 합치면 50만원이 훌쩍 넘는 집에 살기 위해서 일주일에 5일은 일을 해야 했다. 밤새 일을 하고 쪽잠을 잔 뒤에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면 수업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 상태에서 수업이 끝나면 다시 일하러 갔다. 피로는 갈수록 누적돼 갔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이게 사는 건가, 싶었다.
삶의 변화를 경험하고 난 후 주거권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서울시나 한국 토지주택공사 등에서 청년 임대주택 사업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학교 근처의 비싼 월세를 감당하느라 무리하게 일을 하거나 두 시간 거리를 통학하기 위해서 새벽 여섯시에 일어나야 했다. 이건 사는 게 아니야, 다들 입버릇처럼 중얼거렸다.
모두들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청년 주거권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그간 수도 없이 터져 나왔고, 대책 또한 그만큼 많이 세워졌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전세자금을 풀면 나처럼 운 좋은 몇몇이 겨우 혜택을 보는 것에 그쳤다. 재원이 무한하지는 않으니까. 기숙사를 늘리려고 하면 학교 인근에서 임대업을 하는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그들은 생존권을 주장했다. 청년 대상 행복주택을 지으려고 하면 빈민임대주택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반대하는 주민들이 나타났다.
이런저런 주장들이 부딪히는 사이에도 청년들은 살기 위해 떠돈다. 얼마 전 당산동의 ‘R하우스’라는 원룸 건물에서 사기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들은 그 건물에 입주한 청년들이었고, 건물주와 관리인, 신탁 회사와 금융 기관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누군가는 부모님의 집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이었고, 누군가는 7년을 모아 만든 보증금이었다고 했다. 5평도 되지 않는 좁은 집에 살기 위해 마련한 거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에 청년들은 분개하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친구의 일이나 나의 일이 될 수도 있었던 일이다.
문제는 이 불안이 나이를 더 먹거나 직장을 갖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미래를 생각할수록 주거 문제는 가장 큰 부담이 된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미래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함께 살 집을 고민하게 될 것이고, 월급보다 더 빨리 오르는 주거비 때문에 여가나 저축을 줄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서울을 기준으로 최소 수억원부터 시작하는 집을 소유하지 못한 대부분의 청년들에게 닥친 현실이다.
더 늦기 전에 바뀌어야 한다.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이나 경제 활동 인구와 같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들은 모두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감당하기 어려운 주거비에 짓눌린 상태에서는 다른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는 법만 배우게 된다. 만약 모든 청년에게 안심하고 귀가할 곳이 생기게 된다면 앞으로의 사회는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지금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믿는다.

김태훈  문예창작학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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