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또렷이 기억에 남아있는 수업 첫 시간. 이어폰 하나씩 귀에 꽂은 채 옆자리에 누가 앉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 속에 있던 친구들, 그래서인지 60여 명의 학생들이 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강의실은 고요했고, 정적으로 가득했다. 그랬던 강의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수업시작 전, 학생들의 입실이 완료될 때쯤이면 강의실은 여기저기 친구들의 대화 소리로 가득 채워진다. 대화를 나누는 몇몇 친구들의 모습은 정말 친한 친구라고 오해할 만큼 친밀해 보여 “너희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니?”라고 물으면 “아뇨, 이 수업에서 처음 만난 친구예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때로는 학생들의 이야기 소리에 내 소리가 묻힐 때도 있어 이런 분위기의 변화가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친하게 만든 걸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3분 토크(talk)’를 꼽고 싶다. 이번 학기 담당하고 있는 5개 수업의 공통적인 교수 기법이기도 하다. 3분 토크란, 수업을 시작하기 전 옆에 있는 짝꿍과 3분 동안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간단하게 서로를 소개하기도 하고, 수업 주제에 대해 미리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때로 창밖의 햇살이 아름다울 때면 날씨 하나만으로도 대화의 충분한 재료가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짝꿍과 마주보며 서로의 매력을 찾아보라고 했을 때였다. ‘상대의 매력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스러움과 한편으로는 ‘상대가 나의 매력을 무엇이라고 말해줄까’하는 기대의 눈빛이 담겼던 학생들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3분 토크는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학번, 다양한 전공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많은 친구들을 알아가는 계기가 된다. 뿐만 아니다. 3분 토크의 힘은 수업 분위기에서도 나타난다. 어느 날이었다.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질문을 던져도 적극적으로 대답하지 않았고 수업에 대한 집중도 역시 떨어졌다. 생각해보니 3분 토크를 깜빡하고 놓친 날이었다. 그만큼 3분 토크를 쉰 날에는 학생들의 수업참여도가 저조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운동을 할 때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 후에 시작하는 것이 효과가 높은 것처럼 학생들에게도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강의실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친구들과의 가벼운 대화를 통해서 말이다. 결국, 3분 토크는 학생들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강의실에 머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이제 학생들은 3분 토크 시간이 되지 않아도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옆 친구와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업 첫 시간과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늘 학생들이 있다. 20년 가까이 동국대에서 강의를 해 오며 느낀 건 교수라는 역할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나를 긴장하게 하는 것도, 발전하게 하는 것도, 행복하게 하는 것도 결국은 모두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3분 토크’ 역시 제안한 건 교수지만, 그 시간을 완성한 건 다름 아닌 학생들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경청과 공감에 대해 배우고 또 알아간다. 이처럼 서로의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때면 우리 사회의 따뜻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 뿌듯해질 때가 많다.  
6월, 어느 덧 종강의 계절이 왔다. 종강 후에도 어디선가 자신들 만의 3분 토크를 이어갈 학생들과 함께 오늘은 얼마 남지 않은 ‘종강’을 주제로 ‘3분 토크’를 진행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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