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끼니. 당신은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풍족하게 먹었는가, 아니면 시간에 쫓겨 때운 것에 그치는가? ‘밥심’으로 싸울 수 있다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든든한 끼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밥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현대인에게 세 끼 제때 챙겨 먹기란 힘든 일이다. 최근에는 바쁜 일상 속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진 현대인을 칭하는 ‘틈새끼니족’까지 등장했다.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한 출발점, 우리의 끼니.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은 정말 옛말로 남을 수밖에 없는 걸까?

24시간이 모자란 대학생

국무총리 소속 농촌경제연구원의 ‘2017년 식품소비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불규칙한 식사를 하는 이유로 성인의 37.7%가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시간이 부족한 현실 앞에 ‘삼시 세끼를 챙겨 먹어야 한다’,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와 같은 인식은 약해지고 있다. 대학생들의 시간이 부족한 이유로는 취업준비, 아르바이트, 학업과 수업 등이 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지예(교육15) 씨는 학교 수업을 병행하며 고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그에게 공부하기 위해 줄일 수 있는 시간은 밥 먹는 시간밖에 없다. 그는 편의점 음식을 주로 먹는데,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식사시간과 겹쳐서 진행되는 조별과제 역시 식사를 거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평일 공강 시간에 하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끼니를 거르거나 제시간에 식사하지 못하는 학생도 많다. 우리대학 근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서현우(경행15)씨는 “아르바이트하는 곳이 음식점인 관계로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에 일을 하게 된다”며 “일이 끝나고 난 뒤에 점심시간이나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식사할 수 있다. 이마저도 그다음 수업을 가야 하기 때문에 15~20분 만에 식사를 끝내야 한다”고 전했다. 서 씨는 부모님의 부담을 줄여 드리고 자신의 용돈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

돈 때문에 끼니 ‘허덕’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하는 이유는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은 자취 또는 하숙 등 본가에서 떨어져 생활하는 대학생들에게 더 큰 고민거리로 다가온다.
우리대학 A 학생의 생활비를 살펴보자. 지방에서 상경한 A는 부모님에게 50만 원을 지원받아 월세 40만 원과 관리비 5만 원을 낸다. 또한, 주말 아르바이트로 약 30만 원을 벌어 생활비로 충당하고 있다. 주거비를 제외하고 A가 순수하게 쓸 수 있는 돈은 약 35만 원인 셈이다.
실제 취업포털 사이트 ‘알바몬’에서 대학생 581명을 대상으로 생활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학생들의 한 달 평균 생활비가 36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식비로 하루 평균 쓸 수 있는 돈은 약 12000원 정도이다. 하루 세 끼를 먹는다고 치면 한 끼에 4000원 정도 되는 가격이다. 이마저도 밥만 먹는다고 생각했을 때 계산이다. 친구를 만나 영화를 본다거나 옷을 사는 경우에 바로 식비에 타격을 입게 된다.
본지에서 우리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전체 응답자 204명 중 약 79%에 해당하는 160명이 식사 메뉴를 고를 때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답한 한 학생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저렴한 학식을 주로 먹기도 하고 간혹 초코바나 삼각 김밥으로 끼니로 때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설문조사에서 우리대학 학생들이 주로 먹는 식사로는 대부분 ‘학식’(47%)이 차지했고 ‘학교 근처 음식점’(24%)과 ‘컵라면과 도시락 같은 편의점 음식’(13%)이 뒤를 이었다. 우리대학 근처 음식점들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이 찾기에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실제로 본지가 학교 밖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기 위해 근처를 직접 돌아본 결과 4000원 이하에 한 끼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우리대학이 있는 중구가 다양한 직장들이 있는 오피스 상권이기 때문인 것도 한 몫을 차지한다.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보다 주변 직장인들에게서 나오는 영업이익이 더 많기 때문에 상인들도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동건(국제통상17) 씨는 “가격이 저렴한 소소한 식당보다 가격대가 높은 식당들이 즐비한 것 같다”며 “다른 대학 친구들과 달리 학교 근처에서 동기들과 모임을 가질 때 비용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컵라면과 도시락 같은 편의점 음식’은 대부분 편리함을 이유로 자주 찾는다고 응답했지만, 그 이면에는 여유 없는 삶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도시락과 같은 값싼 끼니에 대해 영양학적 의문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식습관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학생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위의 설문조사 결과와 같이 이러한 식습관들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대학 식품생명공학과 금나나 교수는 “대학교 때 식습관이 남은 평생의 식습관을 좌우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 시기에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학생 문화로 도시락 버디를 만들어 건강 도시락 나눠 먹기 문화가 정립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덧붙여 “도시락을 싸는 것이 처음에는 번거롭고 돈이 많이 든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렴하게 건강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돈이 걱정이라면

학생들이 빠듯한 지갑 사정으로 끼니를 거르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타 대학들은 학교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남대에서 최초로 시행한 ‘천원 밥상’은 학생회와 학교가 협의해 학교 식당에서 천원으로 밥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서울대, 부경대, 전남대, 부산대 등 다양한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는 ‘천원 밥상’ 사업을 하며 해마다 약 2억 원 이상의 적자가 나지만 이를 후생복지 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김다은(경제16) 씨는 "영양사가 짜준 식단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주머니 사정이 빈곤한 학생에게 제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학교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 학생들의 접근성이 좋고 특히 기숙사생이나 자취생에게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한편 봉사단체 측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부담 없는 건강한 식사를 위해 힘쓰고 있다. 작년 우리대학에서도 실시된 ‘십시일밥’은 학생들이 공강 시간에 교내식당에서 봉사해 받은 식권을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기부하는 봉사 프로젝트다. 수혜 학생은 “아낀 식비로 자기계발을 해 삶의 질이 올라갔고, 단순히 밥값을 아끼는 것을 넘어 사람 간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아대책’의 ‘청년 도시락’은 대학생에게 한 학기 동안 매일 한 끼의 식권 구매비용을 지원한다. 학생들이 식비 부담을 덜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청년 도시락 이용자인 부경대 해양바이오신소재학과 2학년 김진성 씨는 “식권 약 100장 구입할 수 있는 돈을 지원받았다”며 “식비 부담을 덜게 되어 어머니께서도 좋아하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앞서 말했다시피 학교 측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시행된 ‘천원 밥상’은 학생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 역시 중요하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생활비가 모자랄 때 식비를 가장 먼저 줄인다고 답했다. 식사가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음을 드러낸다. 밥은 단순히 배고픈 위를 채우는 것의 역할만 하지 않는다. 밥을 잘 챙겨 먹는다는 것은 나를 아끼는 하나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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