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란원 강영실 원장.

"미혼모라고 숨을 필요 없어요. 더 당당해져야죠."

미혼모들을 향해 아낌없이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 미혼모 복지 시설인 ‘애란원’의 강영실 원장이다. 강 원장의 목표는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들이 완전하게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는 미혼모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며 미혼모들의 행복한 삶을 바라고 있었다.

미혼모 복지의 선두주자, 애란원

애란원은 한국 전쟁 직후, 반애란 선교사에 의해 설립됐다. 가출 소녀와 성매매 위험에 노출된 여성의 보호가 그 목적이었다. 꾸준히 여성 복지에 힘써오던 애란원은 2000년부터 미혼모 복지에 전념했다. 현재 애란원은 그 규모가 커져, 1차와 2차 총 다섯 군데의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1차 기관에서는 출산 전 신생아 돌봄 교육과 산후조리를 담당한다. 산후조리를 마친 미혼모는 2차 기관에서 중단된 학업을 이어가거나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강 원장은 “취업 이후에도 언제든 상담을 제공하고, 사후 주택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인다”며 미혼모들의 완전한 자립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육아를 못 한다는 건 편견

애란원은 미혼모의 자립을 도울 뿐 아니라 아이와 엄마가 함께 보낼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는 “좋은 유치원에 보내고 비싼 학원에 보낸다고 훌륭한 아이로 자라지 않는다”며 “좋은 아이로 자라는 데는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태 아빠는 밖에서 돈 벌어오느라 엄마 혼자 육아를 다 했는데 미혼모라고 육아를 못 할 게 뭐가 있냐(웃음)”며 미혼모가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할 거라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애란원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연 3~4회 정기적인 소풍을 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애란원은 미혼모의 복학 및 복직으로 인해 아이를 돌보기 힘든 경우, 아이를 대신 맡아주며 미혼모들의 육아 고충을 한시름 덜어주고 있다.
강 원장은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미혼모들을 제일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혼모가 중단된 학업을 이어 가려 학교에 돌아가도,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혼자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배척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해 가지 않는다”며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더 이상의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은 기본권이 침해받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미혼모가 겪는 고통은 부정적인 인식뿐만이 아니었다. 미혼모가 기초 생활 보장수급자일 경우, 정부로부터 80만 원 상당의 지원금과 임대주택, 직업 교육 무상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초 생활 보장수급자로 선정되지 않은 경우 충분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긴 어렵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미혼모 부모의 경제 수준으로 인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정부가 미혼모 지원금을 산정할 때, 미혼모 부모의 경제력이 산정 기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력을 제외한다면 기초 생활 보장수급자에 준하는 미혼모가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강 원장은 “가족 단위로 경제 사정을 측정하기보다는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이전까지 정부가 일정한 금액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당당하게 사는 것

강 원장은 정책이나 경제적 지원 등 사회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미혼모 본인이 당당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미혼모라는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반면, 요즘 미혼모임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 부모 가정과 두 부모 가정을 구분하지 않고 같게 바라보는 사회가 오기를 희망한다”며 실직과 학업 단절 등 미혼모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정부의 지원과 사람들의 인식개선을 촉구했다. 더불어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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