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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사이 '소년이 온다' X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아직 끝나지 않은 오월의 광주를 기억하는 방법
  • 김리현 수습기자
  • 승인 2018.05.14
  • 호수 1596
  • 댓글 1
▲‘소년이 온다’(2014)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2018)

투쟁과 고통을 가진 역사의 연장선에서 5월을 마냥 기쁘게 보낼 수 없었다. 자유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위해 무엇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자유를 누리던 내게 희생을 기억해 다시 기록하는 것도 애도임을 알려 준 작품들이 있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와 2018년 서울연극제 공식 초청작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이 그린 1980년의 광주. 자유를 갈망한 이들의 외침과 무력의 총성이 세상을 에우던 순간들을 책 속 동호와 연극 속 세 친구를 통해 기억하려 한다.
광주항쟁을 희생자들의 시점에서 써 내려간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중학생 동호는 상무관에 간다. 시위 현장에서 총에 맞아 죽은 친구 정대의 시신을 찾기 위함이다. 시위 무리에서 총을 맞은 정대의 손을 놓친 동호에게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든 비극이다. 친구를 찾았냐는 물음들에 ‘아직’이라 답하며 그는 마지막 날까지 도청 안에 머무른다.
전남도청진압 작전이 있던 27일. 도청 안 아이들은 두 손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일부 군인은 소년들의 항복 의사에도 총을 갈기며 ‘영화 같지 않냐?’ 하고 실소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만행들은 인간의 포악성과 잔인함이 과연 어디까지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연극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속 세수, 타짜, 띨박은 보험금을 위해 위장 교통사고를 모의한다. 띨박이 차로 달려들어 사고를 내지만 그들이 치인 차는 하필 계엄군이 몰던 차였다.
시위는 본인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생각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세 친구는 ‘간첩이 쳐들어왔다’는 신군부의 유언비어에 속는다.
사고 합의를 위해 계엄군을 찾아간 셋은 군인들을 간첩으로 오인하고 이들과 대치하다 총에 맞아 결국 사망한다. 세 친구의 죽음은 이름 모를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하고 연극 내내 무고한 저들을 살해하라 명령한 이가 누굴까를 추궁하게 한다.
등장인물 모두 국가에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었다. 하지만 국가의 지도자라 칭해선 안 될 그 독재자에 의해 망자가 됐다. 1980년 광주엔 아이와 어른을 가릴 것 없이 ‘사망원인 불명’ 혹은 ‘실종’으로 처리되는 죽음이 만연했다. 그리고 그 사인을 밝히는 일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저들의 죽음이 이리 슬픈 건 지키고 싶은 소중한 친구가 내게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호가 떠난 후 그의 어머니는 ‘내 손으로 너를 묻었은게. 체육복에다 교련복 윗도리를 입고있던 너를’하며 가만가만 동호를 부른다. 먼저 떠난 아이를 잃고 홀로 독백을 이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광주항쟁 유족들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헤아리게 한다. 인간의 존엄함을 이길 수 있는 가치가 있는가.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즉시 없노라고 답할 것이다. 인간 존엄성을 지켜나가기 위함, 그날 광주의 역사가 우리에 의해 증보돼야 하는 이유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면 예순 가까이 되었을 저들의 시간은 1980년 5월의 봄에서 멈춰버렸다.
38주기를 맞이하는 5월의 시작에 전두환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소식이 전해지던 당일 그의 사저에는 벼락이 쳤다. 여전히 진행 중인 역사이다. 죄를 묻고 죽음을 밝히기 전까지 결코 끝낼 수 없는 이야기이다. 아직 우린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지 못했으므로.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 날은 당시의 온도, 바람, 습도 모두가 세세히 기억난다. 5.18 희생자들에게 열흘 간의 투쟁은 그런 시간의 연속이었을 테다. 
오늘과 다를 바 없는 내일을 살며 계절과 시대를 넘어와야 했으나, 시간 속에 영원히 멈춰버린 1980년 5월의 선량한 영령들을 위해 기도한다.

김리현 수습기자  leehyun3214@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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