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렬(역교18)

그날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1교시가 끝나서야 한 배가 침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들은 나와 친구들은 큰 경각심 없이 모두가 구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께서도 전원 구조라는 뉴스보도가 나왔으니 안심하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전원 구조 보도가 오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이후 우리 모두는 한마음 한뜻으로 가슴을 졸이며 그들이 돌아오기만을 바랐다. 그들은 아직까지 그 차가운 바다에서 돌아오고 있지 않고 있다.
벌써 4년이 흘렀다. 대통령이 바뀌고,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등, 다사다난했던 긴 세월이었다. 세월호도 다시 뭍으로 올라왔다. 4년, 길다 하면 긴 시간이지만, 하루 만에 너무 많은 사람을 떠나보낸 충격 때문인지 여전히 나에겐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들이 왜 우리 곁을 떠나야 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음에 분노했다. 안산 합동분향소에 찾아가 울음을 비치기도, 광화문에 나가 참사에 대한 울분을 권력에 쏟아내기도 하였다.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의미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의 마음속 세월호는 각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겠지만 희생자들이 겪어야 했던 상황에 대한 분노만은 모두 공통으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왜 큰 대응 없이 사람들이 희생당해야 했던 이유와 계속해서 발견되는 세월호에 대한 의문점 등에 사람들은 분노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다 같이 입을 모아 진상규명을 외쳤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당연히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세월호가 갖는 의미를 다시 생각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단순히 진상규명을 원하는가? 모두 아니라 답할 것이다. 진상규명을 넘어서, 세월호 참사를 만든 이 사회를,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바꾸어나가자는 의미를 우리는 세월호로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얼마 전 4·16재단에서 실시한 ‘세월호 참사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가야 하는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의 결과는 사람들이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하고자 하는지 보여주었다. 조사 결과 참사 발생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우선 해결과제로 꼽혔다. 뒤이어 안전재난 대책 강화가 꼽혔다. 이렇듯 세월호는 사람들의 마음에 ‘안전’을 새겼고, 이는 초등학교 3,4학년의 필수교과로 생존수영이 지정되고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의 생명권과 안전권의 신설 등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세월호를 단순히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게 안전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역할로써 세월호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책 ‘재난을 묻다’에서 문화연구가 정원옥은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국가의 사회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사라진 이들의 희생에는 억울함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기 어렵다. 이러한 의미에서 재난을 기억한다는 것은 사라진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함께 행동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그것은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만들어낸 이들로 희생자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려는 실천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마주하는데 있어 ‘그들의 희생을 기리고 이 사회의 변화를 도모하겠다’라는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을 실천하는 자세, 바로 이것이 우리가 세월호를 계속해서 기억하는 자세여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기리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5명이 꼭 기적처럼 다시 돌아오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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