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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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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정등
▲정도 스님(불교학부 교수)

불교의 가르침 중에 ‘안수정등(岸樹井藤)’이라는 내용이 있다. 어떤 사람이 막막한 광야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성난 코끼리가 그를 쫓아오고 있었다.
정신없이 도망가다 다행히 우물을 발견하였고, 우물로 늘어진 등나무 넝쿨에 매달려 밑으로 내려가니 우물 바닥에 커다란 독룡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양 사방에는 작은 뱀들이 오가고 있었고 소리가 나서 위를 보니 매달려 있는 줄을 흰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갉아먹고 있었다. 시간만 지나면 영락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그때 머리 위로 다섯 마리의 벌들이 달콤한 꿀물을 떨어뜨려 주니 이 위험천만한 상황을 모두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 각자가 처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위 이야기는 우리네 삶을 비유한 것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여기서 쫓아오는 코끼리는 세월을, 흰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을, 넝쿨은 우리의 생명줄을 말하며, 우물 아래 독룡은 죽음을, 위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잊게 하는 달콤한 꿀은 우리의 다섯가지(재물, 이성, 먹을 것, 명예, 수면) 욕망이다. 곧 죽음이 오는데도 쾌락으로 현재 상황을 외면하거나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소식을 접하면 모두 이 다섯 가지 욕망을 자제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인간의 기본 욕구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자제하고 또 이러한 욕망을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자유가 온다.
빈손이 되어야만 내가 원하는 것도 잡을 수 있지 않은가?
중국에 임제스님 말씀 중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가는곳 마다 주인이 되라, 모든 것이 다 참되게 된다.’는 가르침이 있다.
손님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말고 주인으로 임한다면 그곳은 발전과 성장이 있게 된다. 앓아누운 주인이 머슴 열 몫을 한다는 속담처럼 낮에 환하게 켜진 가로등도 주인의 눈에는 보이는 법이다.
지금의 어려운 환경에 이끌려 현실의 노예가 되지 말고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한 걸음씩 옮겨보자. 스스로 주인이 되어 고삐를 부여잡고 차근차근 내딛는 그 걸음에 각자의 행복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교정 곳곳에 꽃들이 만개한 계절. 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쯤이니 자신을 돌아볼 알맞은 즈음이다.
불망초심(不忘初心)이라고, 처음 마음을 잊지 말고 계획을 잘 조절하며 삶의 진정한 행복을 찾기를 바란다. 내 마음을 챙기지 못하면 상대의 마음도 볼 수가 없다.
꼭 움켜쥔 손을 풀고 조금 여유롭게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며 지금! 현재! 스스로에게 행복을 주는 동국인이 되기를 바란다.

정도스님  불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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