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철학과 교수

학과 학생들 중 몇몇이 따로 모여 철학사 공부 모임을 갖는다고 들었다. 대학생 용어로 소위 ‘스터디’를 하는 것이다. 스터디의 동기가 성적 향상이나 취업 대비에도 있겠지만, 철학 자체에 대한 애정이나 열정으로부터도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기에, 어떤 깊은 동류의식을 느끼면서 마음이 뿌듯했다. 그런데 한 가지 사항이 매우 궁금했다. 이토록 변화무쌍한 시대에 요즘 학생들은 도대체 ‘어떻게’ 스터디를 할까? 이 물음을 마음에 품고서 이른바 ‘옵서버’로 공부 모임에 참석해 보았다.

시간이 되니 참가 학생들이 과사무실에 모였다. 이윽고 (1) 해당 스터디를 이끄는 리더가 인사와 소개를 하고, (2) 그녀가 작성해서 복사해온 텍스트 요약문을 중심으로 철학자들의 사상이 설명되었다. (3) 본격적인 질의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많은 질문이 오갔으며, 그 가운데에는 사소하고 초점에서 벗어난 문제도 있었고 정말로 중요하고 어렵고 심오한 물음도 있었다. 그 질문들에 대해 발표자와 고학년 참석자가 주로 답변을 하였다. 끝으로 (4) 오늘은 스터디를 시작한 첫날이니 뒤풀이가 있다는 말과 함께 모임은 끝났다.

스터디를 참관하면서 나는 두 가지 일에 매우 놀랐다. 먼저, 교수가 옵서버로 뒤에 앉아 있어도 요즘 학생들은 그 점을 전혀 개의치 않고 많은 질문과 답변을 활발히 이 어갔다. 나는 나의 미미한 존재성에 또한 학생들의 적극적인 질의에 이중으로 당황하였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스터디 방식이었다. 스터디는 바로 위에서 기술된 (1)-(4)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는데, 그 방식은 필자가 학부생이었을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화가 없는 그런 것이었다.

나는 자문했다. 우리 사회와 대학에서 매우 많은 것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는 중인데, 어떻게 우리 학생들의 스터디 방식은 예전과 동일할까? 혹시 철학과 학생들만의 전통적인, 고정된 습관인가? 이 물음들은 학생들의 스터디 방식을 비판하기 위한 취지로 제기된 것이 아니다. 나는 다만 궁금했을 뿐이다. 그러면서 나는 상념에 젖었다.

“모든 것이 다 변하는 것 같지는 않아. 설령 변한다고 해도, 아주 느리게 변화해서 마치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을지 모르지. 나아가, 많은 것이 변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고 그대로 계속 있는 것도 있지. 그것이 논리적 이치든, 윤리적 원리든, 생물학적 법칙이든, 학습 방법이든. 따라서 현재 학생들의 스터디 방식은 스터디 자체의 원형이고 본질일 수 있지. 이 점을 못 보고 그냥 변화를 주장하는 것은 고집이나 강요가 아닐까?”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 새로운 학습 방법이나 기술을 개발하여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공부 모임에서 나오는 우리의 언설들이 단지 물리적인 소음 덩어리는 아니지. 그것에는 ‘의미’가 있는데, 토론 속에서 힘들게 찾거나 만들어진 심오하고 중요한 의미들을 잘 보존하지 못하고 그냥 내보내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이 점에서 기존 스터디 방식은 조금 변해야 하지 않을까? 스터디 내용을 기록하고 저장하고 정리해주면서 다른 참고 자료도 찾아주는 AI가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없고. 설령 있다고 해도 그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고. 그렇다면 암기를 하든, 필기를 하든, 녹음을 하든, 무엇인가 어떤 스터디 기술이 보완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나는 나 자신의 연구 방식과 습관도 되돌아보아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하지만 현 맥락에서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스터디’라고 불리는 공동 학습과 관련하여 그 방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한번쯤은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여러분 자신이 직접 스터디를 조직하거나 참여하려 한다면 말이다. 자발적으로 스터디를 조직하고 그에 참여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따듯한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