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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4.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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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회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사구아로 선인장은 황량한 사막에서 기둥처럼 우뚝 서서 자란다. 메마른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이글거리는 태양을 이고 사는 탓에 잎조차 뾰족하게 변했다.
온몸에 날카로운 가시를 두르고 있을 만큼 까칠하지만 1년에 한 번은 꽃을 피우고 벌 나비를 받아들이기도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 어렵게 피워 낸 꽃이지만 아쉽게도 그 꽃은 하루해를 넘기지 못한다. 그런데도 박쥐는 그 짧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무수한 나날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이겨내고 있다가 꽃이 피는 딱 그 순간에 찾아온다. 절묘하게 때를 아는 박쥐를 보면서 몇 가지 교훈을 되새기게 된다.
첫째, 기다림이다. 선인장은 1년 내내 가시 돋친 모습으로 서 있다가 딱 하루만 꽃을 피운다. 삶에서도 결실을 맛보려면 인고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특히 젊은 시절은 꽃피는 순간을 준비하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결실을 향한 기다림은 청년의 고난을 이겨내는 자양분이 되는 법이다.
둘째, 깨어 있음이다. 박쥐는 사구아로 선인장이 언제 꽃을 피울지 잊지 않고 있다. 늘 인식이 깨어 있기에 때를 놓치지 않고 꿀을 딸 수 있다.
우리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잊지 않는 정념(正念)의 자세가 깨어 있음이다.
셋째, 기회를 포착하는 결단이다. 박쥐는 때가 왔을 때 주저 없이 날아가 꿀을 따 간다. 우리도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포착하는 결단이 필요다. 그런데 기회는 짧고, 늘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그래서 준비된 사람만이 찰나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회는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기일회(一機一會)라는 말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은 일생에 딱 한 번 찾아오는 최초의 순간이자 최후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 순간을 붙잡지 못하면 흘러가는 강물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금강경에서는 모든 존재는 번개처럼 짧다고 했다. 길고 아득할 것 같은 청춘도 한나절 피고 지는 선인장의 꽃처럼 찰나의 꿈일 뿐이다.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길은 바로 이 순간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매 순간순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스스로 기회를 만드는 사람이다. 자신이 만든 기회를 놓치는 사람은 없다. 현재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포착하는 결단을 지닌 사람이다.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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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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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문 2018-04-03 15:39:18

    현재는 딱 한 번 만나고 흘러가 버리는 절대의 순간... 깊이 새길 내용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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