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현(경영11)

2014년 6월 6일 새벽,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아침에 42.195km 마라톤을 뛰었습니다. 체력은 15km 지점부터 아예 바닥이 났고 “내가 왜 이 헛고생을 돈까지 줘가며 하고 있나……. 집에 에어컨이랑 수박 있는데…….”를 뛰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라톤을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포기하는 순간 자신을 영영 잃어버릴 것만 같았고 만화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죠.

이때는 창업에 대한 도전을 두 번째 포기했을 때였습니다. 사실 포기라는 단어를 쓰기조차 민망할 만큼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어요. 그저 ‘이 정도면 그래도 대단한 경험이야’라는 위안만 삼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망치듯 포기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고, 나르시스트였던 저는 모든 자신감을 잃고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몇 날 며칠을 추락하는 기분으로 살다가,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신감 회복을 위해 무작정 마라톤을 신청했어요. 사전 운동을 하긴커녕 소주를 먹고 무작정 달렸어요.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 30km 지점에서 ‘이러다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죽을까 무서웠습니다. 제 귓가에는 마치 악마가 ‘포기해!’라고 외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창업가가 될 운명이면 안 죽을 거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죽겠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6시간 23분 만에 꼴찌로 완주하게 됐어요. 그때 한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는 되려고 태어났다”

그 후 현실로 돌아와 세 번째 창업에 도전하기 위해 ‘되려고 태어났다’라는 팀명의 창업 팀을 결성했어요. 세 번째 창업아이템으로 이어폰 꼬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 정리 제품을 선정하게 됐고, 제가 만든 선 정리 제품을 단 한 명이라도 좋아해 주길 바라면서 열심히 개발했습니다. 팀원을 영입하기 위해 타 학교 건물 벽에 모집공고를 도배하고, 특허출원을 위해 ‘기술창조와 특허’라는 공대수업을 듣고,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을지로를 돌아다니고, 자금 확보를 위해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또 구조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 사용자 테스트를 하고, 또다시 개선품을 만들고, 완제품을 위해 실리콘사출ㆍ실크인쇄ㆍ패킹제조ㆍopp비닐ㆍ스냅단추공장 등을 발품 팔아 돌아다녔습니다. 그 과정 내내 예상치 못했던 고난들이 들이닥쳤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마라토너였으니까요. 포기하지 않았더니 마침내 선 정리제품 ‘이어포닝’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SKT납품, KT&G홍대 상상마당 입점 등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포닝을 5만 개 이상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들로 현재는 상상하는 가구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가구용 레고블록’이라는 두 번째 아이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창업을 하면서 깨달은 철학이 있습니다. △큰 좌절은 실패가 아니라는 것 △실패는 좌절을 겪었을 때 나아가지 못하고 포기하는 것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면 실패는 없는 것 △나아가는 길 끝에는 성공이 있는 것. 경험을 통해 깨달은 철학들은 저와 저희 팀이 앞으로 닥칠 수많은 시련과 고난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용기를 줬습니다. 또 계속 나아가 ‘가구용 레고블록’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고자 합니다.

혹 인생에서도 시련과 고난이 닥치게 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향한 한 단계이며, 그 끝에는 우리가 겪었던 좌절의 총량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달콤한 성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같이 성공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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