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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내가 선택한대로 꾸릴래요
  • 김해인 기자, 김재흔 수습기자
  • 승인 2018.03.26
  • 호수 1594
  • 댓글 0

[동거 이야기]

'동거' 먼저 할까요?

결혼이라는 ‘법적’ 테두리 속에서, ‘평생’을 함께하는 것만이 부부인 시대는 지났다. 결혼이 부담스러운 청년들은 복잡한 법적 절차를 생략한 채 같이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거’는 법적으로 부부는 아니지만 부부 관계를 유지하며 한집에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제도적으로 묶이지 않고 서로를 더 알아갈 기회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결혼비용, 2세를 위한 희생과 같은 결혼의 부담은 덜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산다는 것은 동거를 선택하게 하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지난 1월 발표한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25세~39세의 미혼남녀 1000명 중 46.1%가 ‘보편적인 미래 결혼 형태’로 사실혼, 즉 ‘동거’를 1위로 꼽았다. 이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같은 결과이다. 결혼 이후 부딪힐 수 있는 성격 차이나 갈등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도 많은 청년이 동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실제 1년 2개월간 동거를 한 C씨(29세, 남)는 “장거리 연애라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동거를 선택했다”며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볼 수 있고, 단순히 연애할 때 보다 성격을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 동거가 늘어나고 있고, 미래에는 더 자연스러운 가족의 형태가 될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인식은 아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대학생 D(21세)씨는 “동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서로에 대한 책임감이 얕으니 가벼운 관계가 될 거 같다”며 “배우자가 동거 경험이 있다면 별로 좋지는 않을 것 같다”고 동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C씨 역시 “부정적인 시선을 많이 느꼈다”며 “특히 상대방은 여성이라 우리 문화에서 결혼 전에 남자와 산다는 것을 알리기 더 어려웠다”고 밝혔다.

동거의 어려움은 주변의 시선뿐만이 아니다. 동거에 반대하는 가족과의 마찰도 피할 수 없는 난관이다. 작년 방영된 KBS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에서는 주인공이 부모님 몰래 남자친구와 동거를 한 사실이 발각되며 가족들과 갈등을 겪는 에피소드가 큰 관심을 끌었다. 극 중 주인공은 “동거를 무조건 반대하시고 중죄인 취급하시잖아요. 변해가는 가치관을 왜 인정하지 않으세요”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자녀를 둔 박종옥(49세) 씨는 “만약 자식이 동거를 원한다면 절대 반대다. 실제 결혼할 때 흠이 될 것이고, 무슨 일이 생길까 마음이 편할 것 같지 않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대한민국의 결혼 연령은 점점 늦어지는 추세이고, 실제 동거는 자연스러운 가족의 모습으로 녹아들고 있다. 정부는 동거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를 개선하기위해 ‘동거관계 등록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아직 녹록지 않다. 이를 받아드리려면 동거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졸혼 이야기]

우리 '졸혼'했어요

최근 많은 드라마에 ‘졸혼’이란 용어가 사용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졸혼이란 일본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2004년 처음 사용한 단어로 혼인 관계는 유지하되 부부라는 서로의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즉,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혼인 관계 유지’의 이유는 무엇이고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남’의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법적인 부부 상태로 남아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혼 후 경제적 문제라든지, 자녀 양육문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이혼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와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이점이다. 반면 심적으로 남남을 선언한 이유에 대해 우리대학 연애학개론 수업을 맡은 장재숙 교수는 “부부관계로 살아오면서 배우자를 위해 희생해야 했던 시간을 ‘자신의 시간’으로 바꾸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졸혼과 비슷한 맥락으로 부부들은 ‘결혼 안식 휴가’와 ‘휴혼’을 하기도 한다. 둘 다 졸혼의 전 단계쯤으로 여길 수 있다. 결혼 안식 휴가란 결혼생활의 일시적 휴식기로 부부합의하에 일상을 벗어나 각자의 공간에서 결혼과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휴가로 여행을 떠나거나 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휴혼은 6개월, 1년 정도 기한을 정해두고 단순히 부부가 각자 별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은 말만 서로 다를 뿐 서로 같은 의미를 전하고 있다. 배우자, 자식, 집안이 아닌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 부모님이 졸혼하셨다고 밝힌 E씨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라이프 스타일이 맞지 않아 엄청 싸우셨고 아버지가 먼저 졸혼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졸혼 후의 삶에 대해선 “아버지는 평소 하고 싶으셨던 양봉을 하기 위해 왕십리에서 청평으로 내려갔고, 그곳에서 어머니가 반대하시던 고물들을 모으는 취미 생활을 즐기신다”며 “결벽증이 있던 아내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취미를 즐길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E씨는 “부모님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하면서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졸혼이 자신들의 삶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며 졸혼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가치관의 차이나 생활방식 등의 차이는 부부에게 있어 항상 있었던 문제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졸혼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재숙 교수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고, 평가받는지보다 ‘나 자신의 행복’을 더 중요시하는 가치관의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졸혼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결혼과 졸혼의 여부가 아닌 ‘결혼을 해서 행복한가?, 졸혼해서 행복한가?’를 고민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이어갈 필요가 있을까. 졸혼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싶은 그들의 인생 2막이다.

 

김해인 기자, 김재흔 수습기자  dgupress@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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