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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2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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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마'X'블레이드 러너 2049'사람을 사람으로 있게 해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소설 '나를 보내지마(2005)'.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그동안 수많은 매체가 복제 인간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을 내놓았다. 으레 그런 이야기들은 인공지능이 인류를 모든 면에서 능가해 세상을 지배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렇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 ‘인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사유하는 작품들도 꽤 있었다. 소설 ‘나를 보내지마’와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그런 작품 중 하나에 속한다.
소설 ‘나를 보내지마’는 2017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이다. 소설의 전반부는 언뜻 일반적인 성장소설과 별다를 바 없다. ‘헤일셤’이라는 기숙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어린 시절과 유사하다. 친구를 괴롭히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며, 성과 사랑에 호기심을 가지기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독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이질적인 단어나 복선이 눈에 띄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장기기증’과 같은 단어나 교사들의 “너희는 남들과 조금 다르다”라는 발언 등이 그에 속한다. 이런 단어들이 무슨 의미인지는 책의 절반도 채 읽지 않았을 때 눈치채게 된다. 헤일셤 기숙학교의 아이들은 복제 인간이며, 영화 ‘아일랜드’의 복제 인간처럼 장기기증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소설 ‘나를 보내지마’는 ‘아일랜드’와 같은 거창한 스케일의 SF와는 거리가 멀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복제 인간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 작가는 섬세한 심리 묘사와 더불어 자신만의 사색을 투영해 어렸을 때 우리가 느꼈던 감정과 행동을 환기하게 한다. 예를 들자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투명 말이 있다고 생각하고 놀았던 때나, 자신만의 보물 상자를 만들어 별거 아닌 수집품을 모아두었던 그런 시기를 말이다. 즉, 복제 인간이라 하여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유사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나를 보내지마’와는 사뭇 다르게 풀어나간다. 영화상의 미래 인류는 우월한 힘과 노동력을 가진 ‘레플리컨트’라는 복제 인간을 만들어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을 맡긴다. 하지만 불량이 있거나 반기를 들 조짐이 있다면 가차 없이 ‘폐기’해버린다. 경찰인 ‘K’는 자신이 레플리컨트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경멸의 시선을 피해 사람과의 접촉 없이 살아간다. 유일한 위안은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유일한 존재인 컴퓨터 애인 ‘조이’다.
영화 속 인간들은 인간성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반면 K는 조이와 진실한 사랑을 나누며, 조이는 그를 위해서 희생까지 무릅쓴다. 게다가 K는 별다른 이유 없이 그저 어쩌다 보니 엮였다는 이유만으로 ‘데커드’라는 사람을 마지막까지 돕는다. 결국, 이 영화는 레플리컨트의 인간성을 강조하며 인간의 경계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이 두 작품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과연 인간을 인간으로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동안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해왔던 것은 연민과 자애였다. 그 두 가지는 어떤 생물학적 본능의 영역에서 설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민과 자애가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을 때 우리가 이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K의 선행을, 헤일셤 아이들이 느낀 감정들을 영혼이 아니면 무엇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는 말일까. 미래에 복제 인간이 K나 아이들과 같다면, 인간의 범주는 어디까지가 되는 것일까.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는 어렵기만 하다. 혼란 속에서도 ‘나를 보내지마’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었나요?”

 

엄재식 기자  ejaesik@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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