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 원장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머물 때 일이다. 그곳에 머물던 수행자 중 이십억 비구라는 이가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성과가 나지 않아 초조해하던 그가 결국 절망하여 “차라리 속가 집으로 돌아가 편하게 지내며 부모님께 물려받은 재물로 보시 공덕을 지으며 사는 게 더 좋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 비구의 어려움을 알게 된 부처님이 그를 따로 불러 고민을 들어주고 난 뒤에,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대가 출가하기 전에 무엇을 잘 했나요?” “거문고 연주를 잘 했습니다.”
“거문고를 연주할 때 줄을 너무 조이면 소리가 잘 나던가요?”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줄을 너무 조이며 줄이 끊어집니다.”
“줄을 느슨하게 하면 어떤가요?” “그렇게 하면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은 소리가 나던가요?” “세존이시여, 줄을 너무 조이지도 않고 너무 느슨하지도 않게 해야 가장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비구여, 거문고 줄과 똑같소. 정진을 너무 지나치게 하면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너무 느슨하게 하면 마음을 게으르게 하지요. 그러므로 그대는 거문고 줄을 고르듯이,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할 정도로 너무 고통스럽지도 않게, 그리고 너무 게으르지도 않게 정진하도록 하시오.”
부처님의 말씀을 새겨들은 이십억 비구는 그 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수행 정진하여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새내기와 재학생을 가릴 것 없이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이번 학기에는 내가 영어와 다른 외국어 실력을 갈고닦아 외국인들을 만나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전공 분야 서적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해야지….”  등등 다짐을 한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이런 결심이 단 한 달도 이어지기 어려웠다.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니, 의욕만 넘쳐서 처음에 줄을 너무 세게 조였다가, 마치 ‘거문고 줄이 끊어지듯’ 모든 의욕을 놓아버리고 “이번 학기에는 안 되겠다. 다음 학기에 다시 시작하지 뭐.” 이런 식으로 4년을 되풀이하였던 것이다.
동악(東岳) 학우들은 나와 같은 어리석음을 따르지 말고, 줄을 적절하게 조여서, 목표를 너무 크게 잡고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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