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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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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줄을 조율하듯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 원장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머물 때 일이다. 그곳에 머물던 수행자 중 이십억 비구라는 이가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성과가 나지 않아 초조해하던 그가 결국 절망하여 “차라리 속가 집으로 돌아가 편하게 지내며 부모님께 물려받은 재물로 보시 공덕을 지으며 사는 게 더 좋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 비구의 어려움을 알게 된 부처님이 그를 따로 불러 고민을 들어주고 난 뒤에,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대가 출가하기 전에 무엇을 잘 했나요?” “거문고 연주를 잘 했습니다.”
“거문고를 연주할 때 줄을 너무 조이면 소리가 잘 나던가요?”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줄을 너무 조이며 줄이 끊어집니다.”
“줄을 느슨하게 하면 어떤가요?” “그렇게 하면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은 소리가 나던가요?” “세존이시여, 줄을 너무 조이지도 않고 너무 느슨하지도 않게 해야 가장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비구여, 거문고 줄과 똑같소. 정진을 너무 지나치게 하면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너무 느슨하게 하면 마음을 게으르게 하지요. 그러므로 그대는 거문고 줄을 고르듯이,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할 정도로 너무 고통스럽지도 않게, 그리고 너무 게으르지도 않게 정진하도록 하시오.”
부처님의 말씀을 새겨들은 이십억 비구는 그 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수행 정진하여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새내기와 재학생을 가릴 것 없이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이번 학기에는 내가 영어와 다른 외국어 실력을 갈고닦아 외국인들을 만나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전공 분야 서적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해야지….”  등등 다짐을 한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이런 결심이 단 한 달도 이어지기 어려웠다.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니, 의욕만 넘쳐서 처음에 줄을 너무 세게 조였다가, 마치 ‘거문고 줄이 끊어지듯’ 모든 의욕을 놓아버리고 “이번 학기에는 안 되겠다. 다음 학기에 다시 시작하지 뭐.” 이런 식으로 4년을 되풀이하였던 것이다.
동악(東岳) 학우들은 나와 같은 어리석음을 따르지 말고, 줄을 적절하게 조여서, 목표를 너무 크게 잡고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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