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의연대 간사 전지예

정의로운 사회란 누구에게나 노력한 만큼 공정하고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사회를 말한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의 채용 비리 문제는 사회의 ‘정의’를 원했던 많은 청년에게 깊은 좌절감과 패배감을 안겨줬다.
이번 하나은행 채용 비리는 ‘학벌 서열주의’와 ‘금수저 전형’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채용 비리 은행 중 가장 악질적인 하나은행은 소위 ‘SKY대학’ 출신을 뽑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선에 들어있던 7명의 학생을 탈락시켰다. 7명의 학생은 ‘SKY 대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밀려나 채용 비리의 피해자가 되었다. 또한, 하나은행은 사외이사나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 명단인 이른바 ‘VIP 리스트’를 작성·관리하며 입사 과정에 특혜를 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한 채용기준’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단지 오랜 시간 힘들게 취업준비를 했던 수많은 사람을 들러리로 만들었을 뿐이다. 이러한 채용 비리 사태는 좋은 대학교에 가지 않으면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어 청년들의 희망과 미래를 빼앗아가는 지나친 ‘학벌주의’의 폐해를 보여준다. 청년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실력으로 당당하게 취업의 문을 통과하고자 했는데, 공정한 기회조차 부여받을 수 없는 이 사회에서 감당하기 벅찬 서러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00대라 죄송합니다’와 같은 자조의 절규까지 나오겠는가.
사실 우리 사회의 학력·학벌주의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며 은행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공공기관부터 은행, 강원랜드까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학벌과 인맥을 채용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구시대적 유물이고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청년실업률이 9.9%(2017년 기준)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그들은 바늘구멍보다 더 작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이를 악문 채 노력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이 청년들의 심각한 취업난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정부는 청년들이 불공정함에 좌절하지 않도록 채용 비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은행 및 기업들과 함께 정확한 채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또 이번 채용 비리의 온상인 공공기관 및 은행권부터 ‘공정한 채용’에 앞장서야 하고 이번 채용 비리에 대해 청년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청년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구성원들 모두가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믿음을 지켜야 앞으로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각자가 가진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학벌과 출신에 좌절하지 않는 사회, 청년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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