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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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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는 ‘그들’이 아닌 ‘우리’
▲성 중립 화장실이 있는 일본 도쿄의 한 고층건물.

‘헐, 저거 뭐지?’ 작년 여름, 도쿄 중심부의 한 고층빌딩에 들어갔다가 화장실을 보고 한 생각이다. 그곳에는 ‘Men’, ‘Women’, ‘All Gender’로 나눠진 화장실이 있었다. 성 소수자에 대해 아무런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편견을 가지고 ‘일본은 이상하다’고 바라봤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이 들어가는지 눈을 흘기기도 했다. 무지 속에 지독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까칠남녀’에 출연한 박한희 변호사(출처 - EBS).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됐고, 우연히 EBS에서 방영된 ‘까칠남녀’ 성 소수자 편을 봤다. ‘까칠남녀’에 출연한 박한희 변호사는 “우리나라에는 관련 조사가 없지만, 일본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트랜스젠더 직장인들이 배뇨장애 등을 겪고 있다”고 말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트랜스젠더들은 ‘Men’, ‘Women’으로 구분된 공중화장실 사용에 있어, 사람들의 시선과 오해에 곤란을 겪다 보니 밖에서는 그저 참는다고 한다. 또한, 직장 내에서 커밍아웃했음에도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기 불편하다’와 같은 의견 때문에 밖에서는 물조차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필요한 것이 ‘All Gender’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성 중립 화장실이란 것을 알게 됐다. 과거의 나의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고, 일본에서의 궁금증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이를 계기로 성 소수자에 대한 개념을 더 알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을 기사로 작성하게 됐다.
취재를 위해 다양한 성 소수자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면서 평소 미디어를 통해 쌓아왔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분홍색 옷을 입고 나와 느끼한 미소를 날리는 게이가 등장하는 등의 이미지가 그 예시다. 이와 같은 퀴어 코드가 들어가는 드라마 등은 보기가 거북해서 보지 않았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커튼콜 장면.

그러나 인터뷰 이후에 생각이 바뀌게 됐고, 퀴어 코드를 가진 연극인 ‘거미여인의 키스’를 봤다. 연극에는 감옥의 감방을 배경으로 두 ‘남자’가 등장했다.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하는 ‘몰리나’와 혁명을 외치는 반정부주의자 ‘발렌틴’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졌다. 그렇게 극은 서로의 생각을 부정하는 등의 갈등을 보여주며 시작됐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서로는 서로의 마음속에 있던 아픈 상처를 발견하고 이를 보듬어주는 관계로 발전해갔다. 극에는 어느새 두 명의 ‘남자’가 아닌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물들기 시작했고 사랑을 나누면서 극은 막을 내렸다. 이 연극은 한 존재를 규정하는 게 얼마나 허무한지를 깨닫게 해줬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상대방이 반정부주의자인지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줬다. 그동안 ‘이런 장르는 무조건 보기 거북해’라고 단정 짓던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성 소수자를 혐오하지 않는 것만으로 이 이슈에 깨어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고 얼마나 무지했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일련의 취재 활동을 통해 무지에서 비롯된 편견을 깨고 성 소수자가 ‘그들’이 아닌 ‘우리’이며 우리는 모두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됐다.

김영은 기자  zerosilver@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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