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018.12.14 13:55

동대신문

상단여백
HOME 문화 문화칼럼
파리 생존기 #9. 게이 까막눈, 프랑스에서 real gay를 만나다.

It’s my son’s birthday. Everyone wish him a happy birthday.

주말 저녁, 우리 반 WhatsApp 단톡방에 누군가 메시지를 보냈다.

‘어라? 평균나이 22.5살인 우리 반에 애 아빠/애 엄마가 있었어?’

어린 나이에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사랑꾼이 누군지 궁금해 냉큼 확인을 해보니, 우리 반에서 가장 다이어트와 복근에 집착하고 뾰루지라도 하나 올라오면 종일 울상짓는 한 남학생이었다.

게이인 줄은 알고 있었는데, 그가 애 아빠였다니.

▲쉽게 접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문화적 충격에 놀라고 있는 나를 제외하고는모두가 이게 뭐가 새삼스럽냐는 듯 사랑을 담은 하트와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프랑스가 성 소수자들에게 관대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간 내게 익숙한 게이 중 상당수는 TV 드라마 속에서 남장여자와 사랑에 빠진 가짜 게이였다. 그 외에는 친구의 친구가 게이에게 고백을 받았다 같은 실체 없는 이야기들이었고, 그나마 가장 가까웠던 게 길에서 게이 커플 옆을 스쳐 지나간 수준이니 나는 정말로 게이 까막눈인 셈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조금이라도 알아보고자 프랑스에서 제2의 삶을 꿈꾸는 A 씨를 만났다. 20대 후반의 그는 자신을 모태 게이라고 소개했다.

(철저하게 익명을 요구해 A 씨라고만 해두겠다. 어쩌면 무례했을지도 모를 내 질문들에 감사하게도 친절히 답해주셨다)

약 3년 전에 처음 프랑스에 발을 들였다는 그는 동성애에 자유로운 나라에서 지내 기쁘냐는 내 물음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세요?”

보르도에서 처음 프랑스 생활을 시작했다는 그는 씁쓸하게 웃어 보이며 옛 기억을 끄집어냈다.

“마음에 드는 집이 있었는데 게이 커플에게는 집을 내어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제가 불어를 한마디도 못 했거든요? 그래서 통역해주는 사람이랑 같이 갔었는데, 음... 그런 거 있잖아요. 알아듣지는 못해도 눈빛, 말투, 몸짓으로 거절이 확 느껴졌어요.”

그날은 프랑스에 도착한 지 일주일 째 되던 날이었고 동성애에 관대하다던 프랑스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의외로 차별 많이 받았어요. 애인이랑 어깨동무하고 사진 찍고 있으면 지나가다가 욕하는 사람도 있었고….

음 파리는 차별이 거의 없는 편인 것 같고, 소도시는 호불호가 강한 것 같아요.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싫어하는 사람은 정말 싫어하고.

여기서도 저희는 길거리에서 키스할 수 없어요. 이성애자들이랑은 다르게.”

한국보다 자유로운 프랑스에서 그간 누리지 못했던 게이 생활에 대해 즐거운 이야기만 나눌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프랑스가 관대하고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한국보다는 낫긴 한데 굳이 말하자면 한국과는 다른 눈치 보임?

한국은 성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데 설사 밝혀져도 그냥 덮는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잠깐이겠거니 하면서 무시하거나 아니면 조용히 피하거나.

근데 프랑스는 정체성을 쉽게 밝힐 수는 있는데, 상대방의 반응도 뚜렷한 것 같아요. 지지하거나 혐오하거나. 그런 점이 조심스럽죠.

주변에 보면 중고등학생들 진짜 심하게 왕따 당하는 애들도 있고, 저처럼 계약 거절당하거나 욕먹는 사람도 있고. 한국보다 거부반응이 직접적이죠.

그래도 프랑스는 조금씩 변해가는 게 눈에 보이긴 해요.”

한국도 매년 게이 행진이 열리고, TV에서는 더 성 소수자들을 모자이크로 가리지 않음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도 많이 개방되었다는 나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TV나 팬픽 같은 걸로 자주 접해서 그런지 10대~30대까지는 성 소수자에 관심도 가지고 동성애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 세대들은 아직도 관심조차 없으시니까….

예전에 한국에서 제가 남자친구하고 주차장에서 뽀뽀하다가 같은 빌라 아저씨한테 들킨 적이 있었어요. 아 어떡하지 싶었는데 술 많이 마셨냐고 웃으면서 들어가시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껴안고 있는 거 보면 친구끼리 사이좋은 게 보기 좋다고 하시고….

동성애자네? 좋다, 싫다. 이런 게 아니라 동성애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아예 없는 것 같더라고요. 친구 아니면 형제로만 보시고….”

한국에서 계속 살았다면 어땠을 것 같냐고 묻자 “여자한테 맨날 차여서 연애 한 번도 못 해본 모태 솔로를 연기하고 있겠죠?”라고 웃으며 답했다.

2013년 프랑스 의회가 동성끼리 결혼을 하고 아이를 입양하는 것을 허용한 ‘만인을 위한 결혼법’이 승인 된 지 올해로 6년째이다. 오래전부터 그들의 목소리에 관심 가져온 프랑스는 다른 국가에 비교해 동성애에 ‘열린’ 국가로 인식된다. 하지만 그런 프랑스조차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

지금은 폐지된 헌혈금지정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헌혈금지정책은 1980년대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등 동성 간의 결혼이 가능한 나라에서 동성애자는 평생 헌혈을 금지한 정책이다. (남성에게만 적용된다)

하지만 2015년, 프랑스는 약 30년간 적용하던 정책을 폐지하고 헌혈 전 1년간 다른 남성과의 성관계가 없었다면 헌혈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성애자들과 동등한 조건을 적용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데 이 문제는 지금까지도 찬반 대립이 얽혀있다.

우리나라도 남성 간의 성관계 후 헌혈이 1년간 제한되는 국가다. 하지만 원래부터 제한이 엄격하지 않았기에 오랫동안 수정되지 않았기에 지금의 프랑스와 같다고 해서 수용적이라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수정이나 대리모 등 여러 문제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다.

▲프랑스 퀴어축제 물론 프랑스도 호모포비아들의 항의와 시위가 있다. 하지만 퀴어축제는 단어 그대로 축제처럼 즐겨진다. 물총을 갖고 나오기도 하고, (출처 : https://blog.naver.com/hover7/20161193605)

해가 바뀌었고 아마 올해도 퀴어 축제는 열릴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고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축제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 칼럼은 동성애라는 것이 불가항력적인지, 치료 가능한 것이지 등에 대해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들을 옹호하자는 것 또한 아니다.

어찌 됐건 동성애라는 것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역사 속에 항상 존재해왔다. 그리고 아마 미래에도 계속 우리 곁에서 존재할 것이다. 프랑스에서 성공한 정책이 우리에게 맞을 거라 보장할 수 있을까?

억압과 호소, 혐오와 저항이 목소리만 키워 대항하는 지금, 언제까지고 이들을 덮어둘 수만은 없을 것이다.

김다름  국문문창 14

<저작권자 © 동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다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