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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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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단지 속 문래예술창작촌 vs 역사적 예술가마을 센텐드레

쇠 냄새가 나는 문래동 철강단지의 좁은 골목 사이 예술 공방들이 숨어있다. 이곳은 예술가들의 골목, 문래예술창작촌이라 불리고 있다. 90년대 초 예술가들은 저렴한 작업공간을 찾아 철강단지이던 문래동에 모여들었다. 문래예술창작촌 입구에는 지도가 철판 위에 볼트와 너트로 표현돼있다. 골목 구석구석 그려진 벽화를 따라가다 보면 갤러리, 스튜디오, 극장과 같은 예술가들의 공간과 철강업소가 번갈아 나타난다. 이처럼 문래예술창작촌의 설치예술물들은 옛 철강단지의 모습을 지워내지 않고 기존의 철강단지와 어우러지고 있다.

▲문래예술창작촌 골목 안, 공방이 철공업소와 나란히 있다.

문래예술창작촌에는 작가, 사진가, 무술가, 시인, 플로리스트, 목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있었다. 그들은 ‘문래캠퍼스’라는 강좌 프로그램을 열어 이색적인 예술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도자기 만들기, 가죽공예, 목공예 등 전문적인 공간에 가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와 같은 모습은 조금 다른 양상으로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20세기 초 헝가리의 센텐드레 마을에 예술가들이 대거 이주해 터를 잡았다. 공산주의 시절 종교인 예술가들이 독립을 선언하며 센텐드레로 모여든 것이다. 이후로 헝가리의 센텐드레는 예술가의 마을로 불리며 현재도 200여 명의 예술가들이 거주하고 있다.
센텐드레 마을 초입에는 예술시장이 열린다. 거리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관광객들은 시장 좌판에 놓인 나무공예품부터 가죽가방 등을 구경하고 있다. 센텐드레 마을 중앙에는 모차르트, 베토벤 등 여러 예술가 얼굴이 그려진 건축물 등이 남아있으며 거리에는 종종 그림을 파는 화가들이 보인다.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 Beata Pakrook 씨는 “예술가들이 이곳의 교회나 건물, 테라스 등을 보면서 영감을 받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센텐드레 마을 초입에서 예술시장이 열리고 있다.

센텐드레의 길거리 화가 Hepodus Folder 씨는 “이곳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있다. 건물들이 매우 다채롭고 기하학적으로 아름다워서 영감을 준다”고 전했다. 센텐드레 마을 곳곳에는 갤러리가 있었고 Kovacs Margit과 같은 전통공예로 유명한 예술가의 박물관이 있기도 했다. 또한 전통무늬를 새긴 천을 파는 공방을 마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센텐드레의 예술은 예전부터 지켜온 전통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들로부터 영감을 받으며 계속되고 있다.
오랜 역사가 존재하는 헝가리의 예술가 마을 센텐드레와 철강단지에 새로이 나타난 한국의 예술가동네 문래예술촌을 비교해 살펴보았다. 센텐드레와 문래예술창작촌 모두 예술가들이 모여 터를 잡았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는 센텐드레와 다양하고 새로운 예술에 도전하고 있는 문래예술촌은 각기 다른 발자취를 보여주고 있다.

권나형 기자  lily9709@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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