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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13:02

동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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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서 예술가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예술의 문거리예술부터 예술시장까지 … 관객과 예술가의 수직관계를 탈피하다
▲세종예술시장 소소를 방문한 관객이 설치미술품 ‘행복한 우리집’에 참여하고 있다.

“저희는 아이들에게 예술을 가르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작업을 함께하는 거죠.”
잘츠부르크 토이하우스 극장의 주니어 디렉터 Katharing Schrott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극을 가르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예술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고 답한 그녀의 말처럼 예술은 예술가와 제자, 예술가와 관객과 같은 수직적인 문화를 탈피해가고 있다. 유럽예술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예술이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관객에게 다가가는 거리예술

갑자기 양복을 입은 사람들 무리가 일렬로 서서 뛰기 시작한다. 그들은 바닥에 눕고 서로에게 부딪히기도 하며 지나가던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숨 가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거리예술 ‘빨리빨리 2017’ 공연의 한 장면이다. 그들은 특정 무대에서 연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이동한다. 이를 관객들이 쫓아가며 공연을 보는 신선한 방식의 극이 진행된다. 이처럼 거리예술은 지정된 무대와 객석 간의 경계를 허물어가고 있다. 
공원 한편에서는 아이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으며 서커스가 진행됐다. ‘블랙클라운’이라는 이름으로 서커스를 하는 김찬수 씨는 “관객과 배우의 보이지 않는 벽을 많이 허무는 편이다. 거리극의 가장 재미있는 점은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여서 관객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거리예술시즌제를 통해 ‘블랙클라운’과 ‘빨리빨리 2017’ 공연단을 만나봤다. 서울거리예술시즌제는 2014년부터 서울문화재단과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주최로 서울 곳곳에서 봄·가을마다 열리고 있다. 매 서울거리예술시즌제에는 거리극, 거리무용, 서커스, 광대마임극 등 다양한 장르에 이르는 예술가들이 모여 함께하고 있다.
서울거리예술시즌제에 참여한 만담콤비 ‘우주마인드프로젝트(Would you mind Project)’의 거리극 ‘잡온론(Job On Loan)’은 비정규직, 육아휴직 문제 등 사회 문제를 꼬집어낸다. 그들은 계단을 무대로 사용해 관객 옆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극을 이어나갔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신문영 씨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환경을 모두 통제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거기서 생기는 에너지를 관객들과 함께 공유하는 방식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접근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잡온론’을 관람한 문홍식 씨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움직이고 그 사이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짜인 틀이 아닌 거리예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잡온론’과 ‘빨리빨리 2017’ 공연 당시 그들의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무대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듯 누군가에게는 무대지만 누군가에게는 통행로가 될 수 있는 공간에서 거리예술은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다가오고 있다.
 

예술시장에서 예술을 소비하다

오늘날의 예술은 예술가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관객과 예술가의 경계를 허물며 함께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누구나 예술가가 돼 작품을 사고팔 수 있는 예술시장이 생겨났다.
세종예술시장 ‘소소’(이하 소소)는 설치미술과 공연과 같은 예술을 자연스럽게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소소는 세종예술회관 뒤편 예술의 정원에서 열리며 시즌마다 다른 예술품을 전시하고 예술가가 공연할 수 있는 터로 사용되고 있다. 돈을 받지 않고 예술가에게 공간을 제공해 예술가가 직접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이는 국책사업으로 연간 1억 원을 지원받아 현재까지 5년째 운영되고 있다.
소소에서 ‘행복한 우리집’이라는 이름의 설치미술품을 전시했던 이선희 씨는 예술 소비문화에 대해 “예술을 소비하고 사람들이 예술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예술시장이 많아져야 한다. 현재 사람들의 인식 면에서도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씨는 소소를 방문한 관객들에게 집 모양의 종이를 주고 ‘우리집’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했다. 그 종이들은 소소 한 켠에 마련된 벽에 걸려 ‘행복한 우리집’이라는 작품이 됐다. 관객으로 온 사람들도 직접 예술에 참여할 수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예술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소소에서는 예술가와 함께 원데이클래스도 운영해 관객이 직접 예술을 배울 수 있고 자신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팝업바다책 만들기 클래스를 진행한 윤예나 씨는 “몇 년 전 관객으로 소소에 왔었다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지원해서 이번에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게 됐어요”라고 전했다.
이처럼 관객으로 왔던 사람이 몇 년 뒤 자신의 작품을 가지고 소소에서 예술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소소에서는 독특하게 지역 관련 독립출판 제품을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보다 멀고 제주보다 가까운 인천의 카페들’이라는 독립출판물을 낸 이종범 씨는 “인천에 있는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하고 상품으로 제작하는 아이디어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내놓아 목표액을 달성해 제작했다”며 “이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예술시장에서 만나본 예술가는 직장인도 있었고 생계형 예술가도 있었다. 소소의 담당자 세종문화회관 강봉진 대리는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터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소소와 같이 예술을 소비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도록 예술가들을 위한 터가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예술가와 관객 간의 경계를 긋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다가오는 거리예술’,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술’은 아직 낯선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예술을 일상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한 우리는 예전처럼 예술을 마냥 낯선 것으로 느끼지 않을 것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던 거리예술이 그러하고 관객과 예술가의 경계를 허물던 예술시장이 그러했듯 우리의 예술도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지 않고 예술 공간에 한정돼 있다는 한계점이 드러난다. 서울거리예술시즌제에 가야만 거리예술을 즐길 수 있고 세종예술시장 소소에 가야 예술을 자유로이 사고팔 수 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되고 이를 즐길 수 있도록 앞서 살펴본 예술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는 등 예술을 위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권나형 기자  lily9709@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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