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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3 19:23

동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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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생존기 #2. 어서와, 파리는 처음이지?파리가 낯선 외국인으로서 그간 느꼈던 고충을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1. 무언가 함께하기 좋은 몸집 작은(?) Asian 여자

파리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카드를 찍고 지하철 게이트를 통과하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몸을 밀착시키더니 나를 억지로 밀어 게이트를 함께 통과한 적이 있다. 그런 불쾌한 경험은 이후에도 몇 번이나 겪었다.

▲카드를 찍으면 저 회색문이 열린다. 그래서 한명이 돈을 내고 저 회색문을 잡고 있으면 뒷 사람은 계속해서 무임승차를 할 수 있다. 남자들의 경우 저 회색문을 뛰어넘는 경우도 많다.

몸집이 작은 편인 ‘동양인 여자’는 무임승차를 위해 함께 밀고 들어가기에 좋은 대상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권은 대중교통 표 검사가 철저해서인지 동양인은 감시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무임승차를 잘 하지 않는다. 티켓을 가진 우리는 쉽게 타겟이 된다.

하지만 스킨십에 대한 이 불쾌함을 항의할 곳도 없다. 바로 앞에서 무임승차를 해도 신경 쓰지 않는 티켓판매소 직원에게 말해봐야 관심도 없고, 터지지 않는 핸드폰으로 경찰에게 전화를 걸 수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는 장시간 이동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기 좋은 대상이기도 하다. 2명씩 앉는 버스 좌석에서 일행이 없는 경우 다들 창가 자리 하나씩 차지한다. 하지만 빈 곳이 없어 누군가의 옆에 앉아야 한다면 동양인 여자는 1순위다. 몸집이 작기에 밀착되지 않아 비교적 넓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체취가 약하고 코를 골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흑인 남자 옆자리도 비어있고, 백인 여자 옆자리도 비어있는데 꼭 내 옆으로 온다. 동양인 여자도 혼자 가고 싶다.

2. 화장을 수정할 수가 없다.

아침에 하고 나간 화장이 저녁까지 유지되면 좋으련만, 몇 시간만 지나도 기름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밥을 먹고 나면 립은 온데간데없다. 그렇기에 여자들에게 수정화장은 필수다. 하지만 화장실이 유료인 이곳에서 수정화장을 위해 매번 1유로씩 지불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길거리에서 화장을 고치기엔 주변의 시선이 너무나 이상하다.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화장실을 가지 않는 한 수정화장은 포기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길거리에 무료 화장실이 있긴 하다. 하지만 문이 열릴 때면 나는 악취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

3. 사진을 많이 찍어주게 된다.

관광지를 지나다니다 보면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정말 많이 받는다. 한번은 프랑스인 친구에게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이 사진을 잘 찍는다고 생각하니?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거든.” 하고 물은 적이 있다. 친구의 답변은 “동양인은 카메라 들고 도망가질 않잖아.”였다.

이곳에서 동양인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렇기에 사진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화장실을 다녀올 테니 가방을 잠시만 봐달라’ 같은 부탁도 자주 받게 된다. 어려운 일들은 아닌데 은근히 시간 많이 소요되고, 배경을 중시하는 동양인과 달리 서양인들은 인물 위주로 사진을 찍어서 우리식대로 찍으면 다시 찍어달라는 요구도 한다.

4. 시선, 시선, 시선...

‘칭챙총’, ‘니하오’, ‘곤니찌와’ 정도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다. 그런데 쉽게 뿌리쳐내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시선’이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은 귀엽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인종이 사는 파리에서 성인이 동양인을 처음 봤을 리는 절대 없다. 이유 없이 빤히 쳐다보는 성인의

시선에는 불쾌함이 가득 담겨 있다.

▲이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은 무시하기 불쾌하다.(출처 영화 데니쉬 걸)

처음엔 내가 혹시 공중도덕을 어긴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에 시선이 느껴지면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구석으로 한 걸음 더 옮기기도 했었다.

요즘에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나도 뚫어지게 쳐다본다. 물론 대부분이 더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뭘 봐요? 불만 있어요?” 하고 따질 수는 없기에 살짝 옅은 미소를 띠고 묻는다. “Avez-vous des question?(Do you have a question?)” 그럼 대부분이 고개를 돌린다.

승패를 나누는 게임이나 경기는 아니지만 최소한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다는 패배감은 들지않는다.

이곳에서 인종차별과 같이 불쾌한 일을 당했을 때, 꼭 상대방이 알아듣는 불어로 차근차근 설명하며 얘기해 줄 필요는 없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말로 내 불쾌함을 표현하기만 해도 된다. 된소리가 발음이 세다보니 ‘식빵! 짜장면! 짬뽕!’이라고 소리쳐도 대부분 주춤하며 물러선다. 동양인은 불쾌한 일을 겪고도 항의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선다는 인식이 팽배하기에 개인적으로 조금이라도 화를 내서 그런 인식을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 너무나 여유로운 그들

저녁을 준비하다 달걀이 없어 급하게 마트에 뛰어간 적이 있다. 빠르게 사고 나올 예정이었는데 퇴근 시간과 겹쳐 계산대 앞은 이미 길게 줄이 서 있었다. 그나마 짧아 보이는 줄을 골라 잽싸게 섰는데 내 차례가 되자 갑자기 캐셔가 누군가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만났는지 두 사람은 서로 안부를 묻고 농담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대화는 3분 이상 지속 됐고, 이 기다란 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배가 고팠기에 기다림에 점점 예민해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곳에서 화가 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내 뒷사람들 모두가 그 대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불평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헛기침과 한숨으로 내 기다림의 불편함을 캐셔에게 전달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만약 대화를 중단시키며 기다림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 나는 인권을 무시한 정말 파렴치한 사람이 된다.
‘아는 사람이랑 대화도 못 하고 계산만 하라는 거니? 캐셔도 사람이야’ 가 이들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노동과 혁명의 나라답게 프랑스는 종업원이라는 이유로 손님에게 무조건 잘해주려고 하거나 기죽지 않는다. 그래서 동양인 관광객들 중에 캐셔나 서버등 점원들에게 무조건적인 친절을 요구하거나, 그들을 무시해서 쫓겨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만큼 개인의 즐거움과 욕구 등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데 이는 마트뿐만 아니라 토요일 저녁 경찰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외식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가난한 학생들은 마트에서 저렴하게 술을 구입해 길거리에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주말이면 새벽까지 큰 소리로 떠들고 논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에 신고하거나, 창문을 열고 큰소리로 다른 곳으로 가라며 소리 지르면 대부분 해결이 된다. 하지만 이곳에서 경찰에 신고할 경우 ‘주말 저녁인데 당연히 즐겨야 하는 거 아닌가요?’ 라며 ‘당신 왜 이렇게 빡빡하죠?’ 라고 나에게 되묻는다.

6. 파리의 아름다움을 위해 파리지앵은 보송보송한 빨래를 포기했다.

한국에서는 세탁기에 빨래를 돌린 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내다 널어 바짝 말려왔다. 흰옷은 뜨거운 물에 푹푹 삶기도 하고, 햇볕 좋은 날이면 이불을 내다 널어 소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럴 수 없다. 유럽인들의 까다로운 간판규제법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 프랑스에서는 아름다운 도시를 위해 한 가지 더 규제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옥외에 빨래를 내다 너는 것’이다. 게다가 빨래를 푹푹 삶으면 석회수가 하얗게 낀다.
2존, 3존의 개인 주택, 아랍인과 인도인이 많이 사는 곳은 베란다에 빨래를 걸어두는 집이 종종 보이긴 하는데 백인 프랑스인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한 백인 할머니는 hideux! (흉측해!)를 외치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빨래가 걸린 집은 단 한집도 없다.

처음에 파리에 와서 가족보다 먼저 그리워진 것은 햇볕에 바짝 말린 보송보송한 빨래였다.
작은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만 의존해 빨래를 말리려니 최소 이삼일은 널어놓아야 빨래가 말랐다. 하지만 한국처럼 보송한 느낌은 아니었다. 파리의 아름다움을 위해 보송보송한 빨래를 포기하다니, 관광의 도시답다.

하지만 하늘이 예쁘고 건물이 아름다우면 뭐하나? 바닥의 개똥을 피하며 걷느라 고개를 들 수도 없는걸.

▲날씨가 좋다면 파리는 너무나 예쁘다. 하지만 바닥은 개와 쥐의 똥밭이다. 절대 잔디밭에 눕지않을 것!

 

 

김다름  국문문창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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