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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온, 어르신들이 알려주는 소통의 중요성
  • 서민서 · 주찬양 기자
  • 승인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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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2일부터 6일간, 명동성당 지하 1층 Gallery 1898 2관에서 <행온-단단히 붙잡아라> 전시회가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서울 중구청(중구보건소)에서 주관한 8개월간의 ‘행온 프로젝트’의 기록으로, 이선애, 강현아, 김현주 사진작가가 독거노인들과 함께 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행온(行蘊)은 불교의 오온(五蘊)중에 하나로 의지적 충동력을 말하는 동시에 영어로 ‘단단히 붙잡고 있으라(hang on)’는 의미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지금, 여기>, <그땐 그랬지>, <만약에...>라는 주제로 고단했던 청년기까지의 삶과 홀로 지내는 노년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행온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소통의 길이 열린 이갑순 할머니>

Q1) 행온 프로젝트 참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노인정에 굉장히 오랫동안 다녔는데, 이번에 노인정에서 무슨 프로그램이 왔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Q2) 행온 프로젝트를 참여하시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이 나이에 카트(카카오톡)를 배우게 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어요. 금방 잊어버리고 그러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쳐주시고 저도 참 선생님들 성가시게 열심히 쫓아 다녔죠. 그렇게 배워서 남들에게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고, 사진도 찍어서 보낼 수 있는 게 참….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선생님들이 너무나 유용한 선물을 해주신 거예요. 정말 감사해요. 손주나 자식들한테도 심심하면 메시지를 보내요. 이게 참 나이를 넘어서 새로이 세상을 사는 느낌이에요. 행온 친구들끼리 만나면 젊은이들 마냥 핸드폰가지고 장난도 치고 그래요(웃음).
또 하나가 있다면 가물가물하던 옛날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거. 율동도 하고, 손잡고 노래도하고. 학교 당길 때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서 놀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늙어서도 이렇게 부대끼고 노는 건 참 재밌어요.

Q3) 행온 프로젝트에 참여하시면서 힘드셨던 점은 없었나요?
어휴. 배우는 게 아무래도 쉽지는 않죠. 오늘 배운 것도 내일 잊어버리고. 그래가지구 자꾸 되뇌고 선생님들한테 계속 물어보고 괴롭혔지. 젊었다면 얼른 배웠을 텐데 지금은 금방금방 잊어버려요. 선생님들이 싫은 내색 안 하고 잘 가르쳐줬으니까 배웠지.
젊은이들도 새로운 거 처음 배우려면 어렵다는 기자의 말.
젊은이들도요? 난 젊은이들은 처음부터 다 잘하는 줄 알았지! 내가 너무 폭삭 늙어서 못하는 줄 알았어요.

Q4)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으신가요?
참 좋은 세상이지요. 그런데 젊은이들은 그만큼 또 바쁘고 힘들고…. 우리가 겉에서 볼 때는 학생들이 너무 이쁘고 착하고 귀엽기만 하지만. 그네들은 또 너무 힘들게 살아가는 거 알아요. 그래서 항상 안타까워. 저는 학교를 왜정 때 다녀서 한글도 제대로 못 배우고 힘들었어요. 그래도 그때는 서로 돕고 아껴주기 바쁘지 서로 경쟁을 할 필요는 없었는데. 요즘엔 세상은 좋아졌어도 서로 겨루고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게 참 힘들 것 같아요. 우리 늙은이들이 도와줄 수 있다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잖아요. 방법을 몰라. 할 줄도 모르고. 그게 잘 안돼요.
걱정스러운 표정의 이갑순 할머니는 어르신들의 삶의 지혜가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기자의 말에 비로소 얼굴에 화색이 돈다.

 

 

<이선애 작가, “대학생들에게 경로당 문턱이 낮아지길 희망”>

Q1) 이번 행온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항상 죽음이나 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노인은 죽음에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했죠.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그들도 우리와 똑같아요. 사실 젊은 사람들도 사고가 나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거잖아요. 노인들이 우리 생각만큼 절대 무기력하거나 하릴없이 시간을 때우거나 하지 않아요.

Q2) 작가분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변화하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원래 말수도 적고 낯가림도 심했어요. 그런데 이걸 좀 뭉개고,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하다 보면 한 분 한 분 보석 같은 면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너무나 소중해요.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정말 본인의 삶에서 녹아 나온 것들이니까. 잘 들어보면 대가들 뺨 칠만큼 대단하다니까요. 저도 전에는 노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함께 지내보니 전혀 그런 면들이 없었어요.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노인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저는 대학생들도 노인들과 좀 더 친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지금은 경로당이 무슨 특별한 일이 있어야 가는 곳이지만, 학생들에게 있어서 경로당 문턱이 낮아졌으면 좋겠어요. 노인들의 신체적인 면에서는 물론 좀 ‘모신다’는 표현을 할 수 있겠죠. 집도 한 이삼십 년 있으면 보수가 필요하듯이 몸도 보수가 필요한 건 당연해요. 하지만 열정만큼은 젊은이들 못지않아요. 건강상의 문턱과 편견의 벽을 넘는다면 충분히 즐겁고 재밌게 소통을 할 수 있을 거예요.

Q3)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힘드셨던 점은 없나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웃음) 힘들었다기보다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었죠. 많은 분이 말로는 ‘못 하겠다’는 말을 자주 하세요. “늙어서 뭘 해”라던가…. 하지만 속으로는 배우고 싶어서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거죠. 이때 옆에서 용기를 드려야 해요. 다른 사람들보다 못하거나 잘 모르면 주눅이 드실 때도 있어요. 그럼 본인 스스로 위축되지 않도록 도와드려야 하고. 그리고 저희가 수업이 두 시간이면 준비를 한 일주일 정도 하거든요. 이렇게 준비를 해도 잘 따라오실 때가 있고 버거워하실 때가 있어요. 이런 완급조절을 잘 해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부분은 아이들의 경우에도 그렇지 않나요? 우리가 다섯 살짜리 아이에게 단순히 “이거 해!”라고 말한다고 해서 말을 듣지는 않잖아요. 설명이 필요하고 주의할 부분을 얘기해 줘야죠. 그거는 뭐 20대도 안 그러겠어요? 어르신들도 다 똑같아요.

Q4) 행온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작가님의 가장 큰 바람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꿈꿨던 것은 ‘인연사회’예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인연을 맺는 사회요.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면 정말 좋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다면 어르신들끼리라도 서로 위로가 되고 기댈 수 있는 관계가 되길 바랐어요. 같은 동에서 서로 알게 되면 눈인사를 하고, 나아가 말을 섞고, 그렇게 친해지면 친구가 될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좋잖아요. 어르신들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은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짐이 되고 민폐가 되는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까‘를 고민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런 행복을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넷. 넷보다는 더 많이 인연을 맺을 때 이룰 수 있다고 믿어요. 서로 함께. 그래서 커뮤니티에서 서로 함께 몸을 부대끼면서 하는 활동들을 많이 했어요. 서로 손잡고. 발도 한번 잡아보고. 어깨동무도 해보고, 어깨도 한번 주물러 보는 거죠. 이러면 그냥 이야기를 나누는 거보다 훨씬 쉽게 친해질 수 있거든요.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이 모여서 인연을 만드는 것. 그게 이번 프로젝트의 큰 목표였죠.

 

 

서민서 · 주찬양 기자  dgupress@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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