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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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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생존기 #1. 마메종(Ma Maison), 나의 집은 어디에….

“파리라니! 너무 좋겠다. 부러워!”

파리와 교환학생. 이 두 단어만으로 나는 모두의 부러움을 살 수 있었다.

파리라는 단어만으로도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지는 장난감 같은 집들과 동화 속 마을 분위기, 아침이면 골목길 빵집에서 나는 따뜻하고 고소한 바게트 냄새, 다정하게 손을 꼭 잡고 공원을 산책하는 백발의 노부부, 파리의 낭만을 찬양하는 거리의 화가와 악사들.

나도 좋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낭만으로 가득해야 할 나의 파리생활은 출국 전부터 삐걱거리기만 했다.

출국 두 달 전, 나는 집 구하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수요보다 공급이 과하게 많은 파리에서 좋은 집을 구하기란 정말로 낭만적이지 않은 일이었다.

애석하게도 파리에는 좋은 집이 별로 없다. 100년쯤 전에 지어진 파리의 수많은 건물은 고풍스러운 겉모습과는 달리 그 속은 엉망인 경우가 많다. 집안에 화장실이 없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짜리 건물이 즐비하며 난방과 소음차단이 제대로 안 되고 곰팡이와 벌레도 많다.

비싼 집세는 시들어가는 낭만을 확인 사살한다. 우범지역인 탓에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18~20구를 제외하면 파리 시내 스튜디오의 평균 월세는 약 800유로 정도. 하녀 방이라 불리는 꼭대기 다락방도 600유로 이하는 찾아보기 힘들다. 엘리베이터나 관리실이 있거나, 인테리어를 새로 한 곳, 센강과 에펠탑이 주변에 있는 곳은 20㎡(약 6평)짜리 스튜디오의 월세가 1000유로에 달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1.5배 정도 되는 비싼 전기세도 따로 내야 한다.

낡은 집에 비싸게 살아야 하는 것도 화나는데 입주조건은 더 까다롭다.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프랑스인 두명을 보증인으로 세워야 한다. 계약은 1년 단위다. 집이라도 한 번 보려고 하면 미리 연락해서 약속을 잡아야 하는데 집주인이 세입자를 고르기 때문에 면접도 봐야 하고, 선택받아야만 한다. 잠시 지내다 떠날 교환학생들에게 이런 과정들은 너무나 번거롭다.

▲cite 기숙사. 영화에서나 볼법한 예쁜 기숙사 촌이다.각 나라마다 하나씩 기숙사 건물을 갖고 있으며 한국관(260명 수용)은 2018년 완공 예정이다.

교환학생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저렴한 국영기숙사 Crous나 cite섬에 위치한 국제기숙사촌에 입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석박사, 장학생, 국립대학교 재학생 등 소수만 입주 가능한 곳이라 도무지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입주하고 싶다고 졸랐더니 허락해줬다’ 같은 글들이 보여 한 때 헛된 희망을 품고 밤새워 번역기를 돌려 정성스레 편지와 신청서를 작성하기도 했었는데 그들은 정말 운이 좋은 경우였다.

국영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사설 기숙사들로 눈을 돌렸다. 가장 기대했던 곳은 가톨릭 기숙사 foyer였다. 20대 초중반까지의 여성만 받아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 최대한 많은 곳에 메일과 신청서를 보냈다. 부끄럽지만 종교인의 자비로움에 희망을 걸었는데 당연하게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즈음 학교와 연계된 housing agency에서 기숙사 카탈로그와 함께 메일을 보내왔다. 약 열군데 정도 되었는데 지하철로 학교까지 약 1시간가량 걸리고 한 달에 약 800~1100유로 정도였다.

매달 집세로 이렇게나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다. 게다가 이건 어디까지나 월세일 뿐이고, 그 외 매달 사용하게 될 식비, 교통비, 통신비부터 화장품을 비롯한 기타 잡비까지 따져보니 여행은 꿈도 못꿀 지경이었다.

번거로워도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선 부동산이 필요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불어는 인사말 몇 개가 전부였기에 한인 부동산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인 부동산은 말이 통해 편리하긴 하지만, 프랑스의 부동산 법정 수수료가 거주 면적 ㎡당 10~15유로 임에도 불구하고 불어 통역과 서류 처리, 대리보증의 명목으로 한 달치 월세인 거액을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일 년이면 모를까, 한 학기 거주에 7~800유로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져 그동안 기피했던 곳이었다. 그래도 홈리스가 될 수는 없어 결국 연락해 계약을 진행했는데 실제 집을 보지 못한 채 한국에서 계약을 해야 했고, 집주인의 신상정보는 하나도 모른 채 나만 여권사본부터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전부 건네야해 불안한 마음에 계약 직전에 그만두었다.

이제 남은 곳은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한국을 떠나면서 한국인에 기댄다는 것이 어쩐지 싫어 멀리하려 했던 곳인데 쓸데없는 자존심이었고 지금까지 가장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숙사 신청에 이미 한 달 가까이 소요한지라 남아있는 집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교환학생이 그러하듯, 나 또한 생활비를 최대한 아껴 여행에 투자하고 싶었다. 그렇다 보니 저소득층과 학생에게 월세 일부를 돌려주는 ‘주택보조금(APL)’이 필수적이었는데 세금 문제와 처리해야 할 서류들 때문에 꺼리는 집주인이 많았다.

처음 집을 구할 때만 해도 파리 시내일 것, 혼자 살 스튜디오, 에펠탑과 센강 그리고 산책할 멋진 공원이 주변에 있는지 따져보곤 했었다. 하지만 거절편지가 50통이 넘어가자 단기계약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외곽지역인 일드프랑스와 3~4명의 룸메이트라도 마다하지 않았고, 급기야 출국 일주일 전에는 주방이나 소파에서 지내는 것도 괜찮다고 느껴졌다.

▲한인커뮤니티 사이트 프랑스존. 많은 한국인들이 프랑꼬레 탭에서 집과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중고물품까지 사고팔 수 있어 유용하다.

그렇게 두 달간 작성한 신청서와 메일은 100통을 훌쩍 넘겼고, 내게 돌아오는 것은 거절뿐이었다. 5개월이라는 거주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과 보증인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는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 세입자였다.

그 와중에 사기꾼들의 접근도 여러 번 있었다. 당신 외에도 이 집을 원하는 사람이 많으니 뺏기기 싫으면 지금 계약금을 입금하라거나, 가짜수표에 사기당한 적이 있다며 현금만 요구하는 전형적인 수법들이었다.

이런 고생들이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된다고들 하는 데 과연 동의할 사람이 있을까?

몇 가지 팁을 적어보자면 진짜 좋은 집은 아는 사람끼리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기에 Agency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파리에 와서 사람을 사귀고 발품을 파는 것을 추천한다. 프랑스인 친구가 있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한인 민박이나 호스텔에서 방 하나를 빌려 하숙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몸이 힘들면 마음은 더 빨리 지치기 마련이기에 한 학기 교환학생이라면 인터넷과 가구가 구비되어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1년 코스 교환학생 C양의 경우 운 좋게 조금 저렴한 가격에 집을 구했는데 인터넷 설치까지 두 달이 걸렸으며, 가구를 사느라 적잖은 돈이 들었다. 또, 월세에 전기세와 수도세 등이 포함된 곳이 좋다. 비싼 전기세 탓에 파리에서는 추워도 라디에이터를 쉽사리 켜지 않는다. 그래서 파리의 겨울은 우울하고 힘들다.

만약 이곳에서 친해지고 싶은 교환학생을 만난다면 집이 어디인지, 어떻게 구하게 됐는지를 물어보면 좋다. 대부분 고생담 한두 개씩은 꼭 있기에 좋은 화두 거리가 된다. 서로 한참 울분을 토하며 떠든 후 깊은 공감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동양인은 더럽다는 편견을 가진 튀니지인을 만나 매일 소독제를 사용해 집 청소를 한 C양,

룸메이트와 반반씩 집세를 내기로 했는데 알고 보니 혼자 80%를 내고 있었다는 P군,

친절하던 룸메이트가 입주 후 갑자기 통금시간을 정하곤 지키지 않을 시 문을 잠갔다는 H양

등 황당한 사연들이 정말 많았다.

▲수많은 지원서와 거절편지.

결국, 나는 한국에서의 두 달간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집을 구하지 못한 채 출국했다. 임시숙소에서 일주일간 지내며 30분은 쉬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연과 두 차례의 눈물을 흘리는 고생을 하긴 했지만 결국 좋은 사람을 만나 파리 시내에 적당한 방 한 칸을 얻을 수 있었다.

한 달 생활비의 절반을 집세가 차지하지만 어쨌든 나는 ‘파리지엥’이 되었다.

‘봉주흑흑흑’으로 시작한 나의 파리 생활, 과연 나는 파리에서 무사히 생존할 수 있을까?

김다름  국문문창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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