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 원장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언어의 독점이 권력의 독점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언어를 독점해 권력을 독점하고자 하는 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에 등장한 모든 권력이 가진 속성이었다.
불교·기독교·이슬람 등 주요 종교들은 경전을 각 지역 언어로 번역하여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았고, 학자들도 전문 용어나 외국어를 써서 가능한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어렵게 하였다. 이런 점에서는 법조인과 의료인들도 빠지지 않았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야메루(Yamelu)와 테쿠라(Tekula)라고 하는 제자가 있었다. 두 사람은 카스트의 최상층인 브라만 계급 출신의 형제로 목소리가 멋지고 말솜씨도 뛰어나서 장래가 기대되던 인물들이었다. 어느 날 이들이 부처님께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스승님 제자들이 부처님 가르침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으니, 세존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멋지고 고급스러운 말로 정리하고 싶다”는 뜻을 말씀드렸다.
그러나 이 말씀을 들으신 부처님께서 “어리석은 사람이 들여, 그렇게 하면 오히려 불법을 믿지 않던 사람에게 믿음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이미 믿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믿음을 단단하게 해주지 못할 것이오. 세존의 가르침을 대중 정서와 동떨어진 고급스러운 운율로 정리하면 안 되니, 누구든 그렇게 하는 사람은 나쁜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오. 부처의 가르침은 각자 사용하는 언어로 배우게 해야 하오”라며 심하게 질책하셨다.《남전 율장(南傳律藏; Vinaya》 <소품(小品; Culla Vagga)> 5:33
이처럼 초기 경전을 보면 부처님은 제자들뿐 아니라 만나는 사람이 누구이든 - 지식인이든, 왕이나 군인이든, 상인이든 - 그들과 편안한 대화를 나누셨다. 심지어 서너 살짜리 어린아이들과 길거리 사람들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의 높이를 낮추었다.
대학에 진학하는 숫자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서울로 유학을 간 대학생들이 쓰는 말이 어려워 고향의 친척이나 친구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제 국민 대다수가 대학 교육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자신들만이 아는 언어 사용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이들이 많이 남아 있어 우리 사회의 화합을 해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진정으로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 온 국민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들만이 아는 독점적 언어 사용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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