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철우 KBS새노조정책실장

사회심리학자 슈워츠(Schwartz)는 가치(Value)는 바람직한 최종상태 또는 이상적인 목표로 각종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궁극적 지향점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부합하는 목표를 수행할 때 더 큰 만족을 느낀다고 역설했다. 공영방송의 언론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세우고 있는 신념은 공적(公的) 가치의 구현이다. 이는 방송법 1조(목적), 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5조(방송의 공적 책임)에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공영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는데 그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로 공영방송 KBS, MBC 구성원들의 총파업이 64일을 맞이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불법적인 여론 왜곡과 댓글 공작이 검찰수사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공영방송 종사자들은 자신의 신념과 방송법 정신에 따라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 요구사항은 방송의 공적 가치를 훼손하고 공영방송의 자유와 독립, 공적 책임을 지켜내지 못한 적폐 인사 퇴진이다.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 MBC 김장겸 사장, KBS 이사회 이인호 이사장, KBS 고대영 사장이 바로 그들이다.
둘째 요구사항은 정치 권력이 공영방송을 직접 통제할 수 없도록 방송법을 개정하라는 것이다. 현재의 방송법 체계로는 청와대가 공영방송 통제가 용이한 수직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대통령-방송통신위원회-이사회-사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시스템은 공영방송이 구조적으로 정치 권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국민 다수가 공영방송의 이해를 조정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영국 BBC, 독일 ZDF와 같은 거버넌스(governance)체계를 현행 방송법 개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영방송은 정치적 또는 경제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며 공정성 및 객관성에 관한 높은 편성기준을 달성하고(2012 유럽 장관 회의 선언) 투명성(transparency), 설명책임(accountability), 독립성(independence),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 프리덤 하우스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세계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는 50위권 밖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언론의 자유다. 이미 법원은 방송의 공정성과 같이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인 경우에는 근로조건에 포함된다고 판결하고 있다. 따라서 공적 가치에 부합하는 KBS, MBC 종사자들의 공영방송 정상화 요구는 민주공화국의 헌법정신, 방송법에 비춰 정당하고 당연한 공적 가치의 구현 행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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