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으로 늘어난 퀴어문화축제 … 비난에 굴하지 않고 문화로 계속 행동하는 사람들

▲제1회 부산 퀴어문화축제 거리행진 (사진출처=부대신문).
▲성 소수자 인권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기.

지난 9월 23일, 부산 해운대의 구남로 광장.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이하 퀴어축제)가 열렸다. 이번 부산 퀴어축제에서 그들은 성 소수자 차별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했다. 하지만 퍼포먼스와 행진이 이뤄지는 공간 바로 옆에 혐오 세력들이 피켓을 들고 따라붙었다. ‘동성애는 죄악’이라면서 이 사랑과 저항의 행진을 비난했다.
이처럼 아직도 퀴어축제와 같은 문화적 행동이 규제나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퀴어축제가 열릴 때마다 옆에서 자칭 ‘동성애 반대자’들의 맞불 집회가 열리고, 일부 기독교계나 주류 보수 언론사들은 퀴어축제에 ‘음란하다’는 딱지를 붙이기 바쁘다. 이들이 ‘지나치게 퇴폐적인 행사’라는 식으로 보도하면, 그 댓글 창에는 성 소수자와 퀴어축제에 대한 온갖 비난이 쏟아진다.
성 소수자와 관련된 창작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JTBC에서 방영했던 ‘선암여고 탐정단’은 동성 키스 장면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 제5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오히려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여야 한다.’(동 규정 7조 8항)는 규정을 모범적으로 지키고 있는데도 징계를 받았다. 아직도 정부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성 소수자의 사랑이 ‘불쾌감을 유발’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또한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게이 커플을 드라마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시켰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성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큰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시청자게시판에 ‘동성애 드라마는 이 시대의 사회악과 같다’는 주장을 하는 공격적인 글들이 줄줄이 달리는 등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아직도 이런 반응들이 나오는 것은, 널리 그리고 오랫동안 퍼졌던 편견이 사람들 사이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성별 이분법’적이고 ‘이성애 중심적’인 세상에서 살다 보니, 성 소수자의 존재를 자각조차 못 하는 사람들이 절대다수라는 현실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혐오가 매서울수록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문화로써 표현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추구하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2000년에 서울에서 시작해서 대구, 부산, 그리고 이제는 제주까지 퀴어축제가 확대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다가오는 28일에 열리는 첫 제주 퀴어축제에서도, ‘혐오를 멈추라’는 메시지가 이 사회에 전파될 것이다.
이처럼 문화를 통해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퀴어 영화제를 열기도 하고, 소설과 같은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아직 부족한 성 소수자들의 문화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행동이 아직 인식되지도 못하는 다양한 성 소수자들을 가시화시키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올해 서울 축제 행진에서 흘러나온 마지막 노래 ‘다시 만난 세계’가 말해준다. ‘눈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에 있지만 ‘포기할 수 없다’고. 혐오 때문에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은 ‘이젠 안녕’하며 작별을 고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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