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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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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아이디어, ‘다님길’ 조성으로 불안감을 줄이다
▲자취촌 일대 빌라 현관에 부착된 미러시트.
▲후미진 골목을 비추는 반사경.
▲로고젝터로 밤에도 알기 쉬운 비상벨의 위치.

셉테드라는 용어는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낯설게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셉테드는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대학 주변 장충동과 필동 일대에도 셉테드가 존재한다. 동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학림관으로 이어지는 원룸촌에 새가 그려진 라임 색 벽화나 SOS 벨 같은 것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우리대학 경찰행정학부 학생들의 제안으로 셉테드가 적용된 곳이다.

수업과제에서 여대생 안심 동네로
2015학년도 경찰행정학부 현장실습 수업에서 학생들은 ‘학교 주변에 원룸촌을 대상으로 범죄 발생 줄이기’를 주제로 선택했다. 선정된 지역은 여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장충동(동호로25길, 25가 길)과 필동(서애로3길, 5길) 일대였다. 학생들은 ‘여친 장·필동(여성 친화적 동네 장충동과 필동)’이라는 이름을 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후 이창한 교수와 함께 공모한 서울시 주민 참여형 예산공고에서 3억을 지원받아 중구청이 사업을 시작했고, 2016년에 준공식을 마쳤다.
이창한 교수는 “이 프로젝트는 여성, 특히 여대생들의 귀갓길 안심을 중점적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실제 장충동에 2년째 거주하고 있는 A 양은 “장충동 일대의 원룸촌에는 상가가 많이 없어 어둡고, 골목이 많은 탓에 늦게 귀가하는 것이 두려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들을 반영해 이 구역에는 미러시트(안심 거울), 반사경, 로고젝터, 비상벨 등이 설치됐다.
미러시트는 뒤에 누군가 쫓아오는지 확인할 수 있게 건물의 입구마다 붙여졌다. 또한, 후미진 골목이 주는 두려움을 줄이고자 사각지대를 비추는 반사경을 설치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형광이 도는 라임 색으로 벽면을 색칠했다.

배려와 안심이 커가는 ‘다님길’
다양한 셉테드 기법들은 각 동네의 특성을 고려해 적용됐다. 시공을 진행한 김현선 디자인 연구소의 관계자는 “예를 들어 장충동의 경우, 필동에 비해 여성 가구 비율이 훨씬 높아서 여성 안심에 더욱 포커스를 맞췄다”며 “특히 귀갓길 안전을 위해 미러시트를 적극 활용했고 비상벨이 노출되기 쉽도록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또한 “계단 길이 많은 필동의 경우, 계단의 안전에 대해 중점적으로 셉테드 디자인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셉테드가 적용된 장충동과 필동 일대는 ‘다님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는 김현선 디자인 연구소 측에서 제안한 것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고자 순우리말을 빌려와 다님길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만들었다”며 이름을 정한 이유를 밝혔다.
중구청에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장충동과 필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적용된 셉테드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었다. A 양은 “길에 불빛이 많아져 밤중의 귀가가 덜 무서워졌고, 밤에 밝은 라이트로 비상벨의 위치를 알려줘서 심리적으로 더 안심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은 우리대학 주변 셉테드 프로젝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실제로 장충동에 자취하는 유혜선(법학16) 양은 다님길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이창한 교수는 “대학가 원룸촌의 특성상 학생들은 그 동네를 잠시 머무르는 곳으로 인식한다. 또한, 집주인들은 보통 해당 원룸촌이 아닌 다른 곳에 거주하기 때문에 기대했던 만큼의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며 주민참여가 다소 저조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먼저 시행되고 있는 셉테드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이와 관련, 중구청 관계자는 “다님길 셉테드 프로젝트에 대해 홍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캠퍼스에서 장·필동 폴리스로
주민참여를 고취하기 위해 중구청 관계자는 “셉테드 조성이 끝나면 동네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순찰하는 등의 자발적 활동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구청뿐만 아니라 우리대학 경찰행정학부 학생들 또한 ‘캠퍼스 폴리스’라는 활동을 통해 동네 치안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경찰행정학부 내의 동아리인 캠퍼스 폴리스는 2015년에 서울 중부경찰서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인근 파출소와 함께 장충동과 필동 일대를 순찰하고 몰래카메라에 노출되기 쉬운 학내시설을 점검한다. 더하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안심귀가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안전한 동네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펼친다.
우리대학 주변 셉테드 프로젝트 ‘여친 장·필동’은 지자체, 학생, 경찰이 유지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경찰행정학부 학생들뿐만 아닌 많은 학생이 우리대학 주변 동네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셉테드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김해인 기자  gotngh@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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