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람블라스 거리에 환호성이 넘친다. ‘메르세’라는 큰 축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휠체어를 탄 사람 때문이기도 하다. ‘메르세’ 축제에는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는데 그중 하나가 람블라스 거리에서 하는 거대 인형 퍼레이드이다. 퍼레이드에서는 큰 인형을 어깨에 메고 빙빙 돌기도 하고 달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 큰 인형을 한 휠체어를 탄 사람이 메고 돌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축제라 사람들이 길에 참 많다. 길 위엔 발도 많지만 바퀴도 많다. 먼저 가장 많고 자주 보이는 것이 자전거다. 바르셀로나는 땅이 평평해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다. 자전거 전용도로도 매우 잘 갖춰져 있고 고양시의 피프틴 같이 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 서비스도 운영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정말 쉽게 볼 수 있고 자전거 경주대회도 열린다.

▲자전거 대여 서비스의 모습. 거주민 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관광객은 못 탄다.

두 번째로는 유모차가 잘 보인다. 마드리드에서도 잘 보였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더 잘 보인다. 아빠(로 보이는 남자)들이 혼자 끌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낮은 턱과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건물과 길에 잘 갖추어져서 유모차는 어딜 가나 볼 수 있다. 마트, 백화점, 미술관, 성당, 식당, 바 등 거의 모든 공간에서 아기가 탄 유모차들이 보인다. 아기들이 종종 보채고 울기도 하지만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보호자가 동반된 아이일 경우 계속 시끄럽게 울어도 다들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한다. 종종 길을 걷다 보면 벤치에 앉아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들도 보인다. 아이를 데리고 나와 함께 지내는 것에 사회적으로 견고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메르세 축제로 시우타데야 공원이 북적인다. 유모차가 여러 개 보인다.

마지막으로 휠체어가 자주 보인다. 커다란 행사는 보고 듣고 걷고 달리고 박수치는 것이 당연한 사람에게 초점이 쉽게 맞춰진다. 그래서 이것들이 당연하지 못한 사람들은 쉽게 배제된다. 그러나 메르세 축제에서는 퍼레이드에 휠체어를 탄 사람이 인형을 메고 참가하고 그 참가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응원의 공존에 대한 지지였다. 축제가 끝난 일상에서도 길을 걷다 보면 하루에 5대 이상의 휠체어를 본다. (수를 세는 게 무의미한 건 알지만) 이러한 모습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이 낮은 턱과 잘 꾸며진 경사로가 건물과 길 등 대부분에꾸며져 있는 인프라 덕분이기도 하지만 공존을 지지하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의식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약자가 일상적인 공간에서 얼마나 보이느냐는 그 사회의 의식 수준을 보여준다. 축제라는 즐거운 공간에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는 모습에 내가 살던 곳을 돌아보게 되었다. 볼 것이 풍성한 축제로 즐거웠지만, 어쩐지 마음 한편은 갑갑했다.

(덧, 물론 이 안에 피부색을 넣는다면 또 말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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