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 한국과 베트남 … 각 정부의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는 태도

▲무라카미 하루키(출처 - 문학동네).

 “하루키 신작 소설 난징대학살 언급에 日 우익 벌떼 공격.”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게 된 건 이러한 기사를 접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난징 대학살을 주제로 한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책은 갑작스럽게 이혼당한 남자이자 화가인 주인공이 친구의 집을 빌려 살게 되면서 그 주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다룬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줄거리 속에서, 난징 대학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한 페이지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본의 극우 성향을 지닌 독자가 읽기에는 충분히 거북했을 것이다. 군복도 입지 않고, 총도 들지 않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였다는 묘사. 원치 않게 징집돼 잘 들지 않는 칼로 민간인의 목을 잘라야 했다는 이야기. ‘중국인 사망자 수가 사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고, 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지요. 하지만 사십만 명과 십만 명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나아가 일본이 끝끝내 부정하는 ‘대량’학살에 대한 비판까지. 그들은 세계의 독자가 읽는 그의 책에 이러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이 한 페이지든 두 페이지든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난징대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일본군.


 책 발표 후, 일본 우익 네티즌들은 발 빠르게 반응했다. 그들은 SNS에서 ‘저질 매국노’, ‘노벨상을 받기 위해 환장’, 나아가 ‘그가 조선인이 많은 지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이런 글을 썼다’는 등의 원색적 비난을 하고 있었다. 이에 더해 우익 성향의 정부 관계자도 비난에 앞장섰다. 극우 정당인 ‘일본제일당’ 당수 사쿠라이 마코토는 공식 석상에서 “정말 일본인인지 의심스럽다”며 비난했고, 불매운동을 유도했다.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일본의 역사부정에 강한 비판을 해왔다. 난징 대학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안부나 독도 문제에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 정부가 조국의 역사적 오점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한 개인이 하는 사과보다는 그 무게나 파급 효과가 크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사례는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있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 자행한 학살이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국군은 갓난아기를 비롯해 저항하지 않는 마을 사람 전부를 죽이고 마을을 불태웠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민간인 학살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베트남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 경제가 살아났다”며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고, 그것이 애국”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 베트남전은 그 무엇보다도 경제성장의 동력이었던 것이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생존자들에게 사과하고 위로를 건넨 이는 한국 정부가 아니라 위안부 할머니들이었다. 위안부 피해자 문명금, 김옥주 할머니는 한국군에 의한 학살에 사과하시며 ‘한·베 평화역사관 건립기금’에 써달라며 7000만 원을 기탁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이것이 아닐까. 진실을 드러내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 일본도, 우리나라도, 그 어떤 나라든지 어렵고 힘들어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우리의 입장에서 역사를 다시 써도 결국 다치는 것은 우리일 뿐이다. 벗어날 방법, 숨길 방법. 그런 건 없다. 만약 방법이 있다면 ‘상대조차 인정할 만큼의 사죄’. 그것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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