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사랑? 웃기지 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돈으로 사면 될 거 아냐. 얼마면 될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나는 드라마 ‘가을동화’의 명대사이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작가이자 우리대학 교수로 부임한 오수연 교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공감’할 수 있는 소재 찾기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극을 좋아했던 오수연 교수는 대학 졸업 후, 방송작가를 하다 극에 대한 열망을 이루고자 공모전에 작품을 냈다. 공모전 이후 오수연 교수는 1993년 KBS ‘시인을 위하여’로 데뷔했다.

드라마 작가로는 어린 편인 25살에 데뷔를 한 오 교수는 삶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이런 점을 오 교수는 주로 책 속에서 보완했다고 한다. “심리학책을 권하는 친구도 있지만, 저는 소설책이 좋은 거 같아요”라며 “소설 속에는 인간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관한 심리가 다 나온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 이야기를 쓸 때, 예능을 많이 본다고 한다. 오 교수는 “요즘 예능이 등장인물들의 삶하고 밀착된 것이 매우 많다”며 “‘효리네 민박’이라든지, ‘나영석 표’ 예능 등도 많이 보고 있다”고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소재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오 교수는 주로 사람 사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작품을 쓴다. 그는 “영화는 주로 어두운 극장에서 집중해 보지만, 드라마는 그렇지 않잖아요?”라며 “그러다 보니 드라마에 삶을 밀착시키지 않으면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시청자들이 다양한 영상물에 노출돼 드라마 ‘도깨비’도 보지만, 예전에는 그런 판타지 작품이 잘 안됐다고 한다. 덧붙여 “드라마는 현실적이지 않으면 공감대가 적다”고 강조했다.

소재뿐만 아니라 작가의 견해도 중요하다. 오 교수는 “사람 사는 얘기 쓰는데 작가의 견해도 필요해요”라며 “소재를 잡고 거기에 작가의 생각을 붙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밌는 소재로 드라마를 이어가는 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소재에 작가의 견해가 들어가면 그 이야기가 재미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생각할만한 거리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가을에 젖어‘가을동화’를 쓰다

자신만의 소재와 견해를 활용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던 오수연 교수는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로 큰 사랑을 받게 됐다. 가을동화는 6회 대본은 미리 써놓고, 나머지 대본은 방영이 시작된 후에 써나갔다고 한다. “속초에 있는 콘도에서 먹고 자며, 3개월간 작품만 썼어요.” 그래서 높은 시청률과 화제 속에 방영됐지만, 정작 작가 자신은 인기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콘도에서 매일 보던 창밖의 풍경은 오 교수가 주인공의 감정에 더욱 빠져들어 글을 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오 교수는 “가을동화의 주인공은 점점 죽어가고, 산은 단풍으로 물들고 너무 우울해서 매일 울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등장인물의 상황에 완전히 몰입했기 때문에, 그 작품에 생명력이 생기고 더 좋은 작품이 됐던 것 같다”는 말도 남겼다.

시청률이 잘 나오고 나면 흔히 작가들은 ‘이제 캐스팅과 편성이 좀 더 쉬워지겠구나’ 등의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오 교수는 “저 같은 경우는 결혼 때문에 프랑스에 살다 보니 그런 점들을 느끼지 못했어요”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오히려 프랑스에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못 하게 되니 ‘작품을 계속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도태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전작을 뛰어넘기 위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했지만 “다른 장르를 쓰고 싶어도 PD분들이 멜로만 원하세요”라며 “저는 멜로 작가가 돼버렸어요”라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드라마 ‘사랑비’ 이후 해외 작품에 도전하고 싶어, 중국에서 작품을 하게 됐다. 이에 오 교수는 “중국은 지금 국가 차원에서 작가를 교육하고 있다”며 “한류가 지금처럼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하는데, 요즘 중국드라마들 너무 재밌다”고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좋은 드라마 작가를 키우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대학교수의 삶과 함께 한국행을 선택했다.

대한민국 드라마의 현주소

교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가 말하는 한국 드라마의 아쉬운 점은 ‘비평가의 부족’이었다. 외국영화에 비해 한국영화가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너무 사실적이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사회가 팍팍하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카타르시스를 잘 못 느끼니까 영화 속 폭력적인 장면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드라마는 우리와 되게 밀착돼있는데. 드라마도 영화처럼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폭력들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작가로서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폭력적인 것을 정확하게 분석해주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드라마는 내부적 비평, 작품 자체 비평이 영화에 비해 부족하다”며 드라마 비평가를 길러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드라마 작가 혹은 비평가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작가적 소양을 갖도록 힘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수업시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작가가 되어야 하는가 등을 함께 고민 하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오 교수는 학생들이 작품을 써오면 언제든지 봐줄 의향이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드라마를 쓰고 싶은 학생들이 있다면, 일대일로 작품을 봐주고 같이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학생들과의 소통을 희망했다. 시작이 반이다. 이제 막 첫발을 뗀 교수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그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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