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인 부산에서 자주 갔던 돼지국밥집이 있다. 오랫동안 푹 고아서 걸쭉한 국물이 일품이다. 흔히 이러한 국물 또는 거짓이 없고 참된 것을 진국이라고 한다. 우선 맛있는 진국을 우려내기 위해선 뼈를 은은한 불로 오래 끓여야 한다. 정성이 오래 들여져야 제맛을 내기 때문이다.
 나의 동대신문 기자 생활은 진국을 우려내는 시간과도 같았다. 하나의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기까지 어마어마한 정성이 요구됐다. 학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빠르게 기사화하기 위해 사람들의 말과 글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혹여나 감춰진 이면은 없는지 파헤쳐야만 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신문사 생활보다 학업에 집중하다 보니, 취재에 소홀해졌다.
 원고 마감을 앞두고 진국인 척을 하고 싶어 과장된 표현,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문장 등 기사에 조미료를 급하게 첨가했다. 겉만 진국인 척하는 기사는 어김없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따끔한 지적을 받아야만 했다. 음식 하나에 온 정성을 기울인 맛집과 달리 겉만 번지르르하고 파리만 날리는 불량식당처럼 말이다.
 정기자가 된 지금, 거짓이 없는 참된 진국처럼 “이 기사 진국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사실만 추구하는 진국기자가 될 것임을 다짐하겠다. 또한, 항상 마음속에 되새기겠다. 급한 불로는 진국을 우려낼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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