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관성 연구원

최저임금제도가 없어도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인 ‘개인이 죽지 않을 만큼’의 임금이 보장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가능하다’이다. 다만, 그럴만한 가치를 인정받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


저임금노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 중의 사고, 하청업체 노동자 자살, 체인점 가맹 업주 자살, 집배원의 자살, 권력 관계에서 자행되는 성추행·성폭행 등 이러한 사회적 현실은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화란 질병의 병적 증상이다.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화는 노동의 가치가 이중화되어있다는 말과 같다. 어떤 사람이 하는 노동의 가치는 중요하고, 어떤 사람이 하는 노동의 가치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의 가치에 따라 임금은 물론 ‘한 사람의 존재 가치’가 결정된다.


현대의 노동 가치는 기업 혹은 노동시장에서 이윤창출에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판단은 대부분이 기업 경영진이나 사회적 헤게모니를 가진 특정 집단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이들은 이런 중요하지 않게 여겨져 버린 일들을 비정규직 일자리로 주변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중노동 시장의 해결은 단순히 개인들의 자기계발이나(능력) 수요·공급조정(희소성)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중노동 시장문제는 오직 정당한 노동 가치 인정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①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②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 해소, 그리고 ③기업 경영진 혹은 사회적 헤게모니를 가진 자들과의 동등한 교섭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집단의 힘을 필요로 한다.


우리들의 노동가치(임금, 정규직 업무 또는 비정규 업무)는 단순히 시장효율성과 개인의 능력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노동 가치는 다분히 특정 집단의 헤게모니적 결과이다. 2018년도 최저임금은 ‘경이적’이게도 2017년도 최저임금 대비 16.4%나 오른 시간당 7,530원이다. 그리고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으로 많은 기간제, 파견 용역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이런 결과는 10여 년간 지속된 노동계의 투쟁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실천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을 보고도 당신은 당신의 임금이 당신의 능력만큼, 당신이 일한 만큼 결정된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헤게모니는 사회참여에서 나온다. 많은 재벌이 로비를 하는 것도 결국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사회참여(정치참여)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100억짜리 표 한 장 보다, 100원짜리 표 100,000,000장이 더 힘이 있다. 우리는 한 사람 몫의 표가 있고, 우리와 공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뭉치자.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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