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원 건축공학과 12학번

밤 12시경, 나는 거의 2년 만에 자판에 손을 올렸다. 처음 몇 글자를 쓰는 것마저 힘들었다. 단어를 써나갈 때마다 공백은 글쓰기를 멈췄던 시간만큼 길게 늘어졌다. 고등학생 때부터 취미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다음부터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작곡도 시작했다.
나는 두 시간 남짓한 밤을 항상 여가를 위해 써왔다. 작곡과 글쓰기로 밤을 보내듯,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시간을 보낸다. 술을 먹는다든지, 친구 혹은 연인과 시간을 보낸다든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만들 것이다. 이 일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것들이 여가나 취미라는 것이다. 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여가를 즐기던 시간이었다. 원시인들은 사냥을 나가지 못하는 밤에 동굴에서 벽화를 그리거나 모여서 사냥을 축하했다. 목동과 선원들은 별자리를 만들고 별자리마다 이야기를 지어주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밤에 하는 일들이 아주 근본 없는 것은 아니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더 풍부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예술의 진입장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낮고, 언제든지 술을 먹거나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고단한 생활과 과제에 억눌리기 일쑤다. 규율과 의무들로 인해 강제로 뺏기기도 한다. ‘헬조선’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막막함 아래에 그 시간이 지워지면서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인간다움을 잃어가고 있다.
단순한 자유시간이 아닌 인간다워지는 이 시간은 중요하고 귀중하다. 우리는 AI가 탑재된 일하는 단백질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시간 또한 피곤한 생활에 밀려 점점 줄어 군대에 가면서 완전히 말라 죽었다. 지금에 와서야 그 말라비틀어진 시간에 다시 물을 주고 있다. 천천히 글을 다시 써나가고 예전 메모들을 모아 정리했다. 작곡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구매를 망설이던 소프트웨어도 구매했다. 나는 다시 나의 밤을 되찾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인간다움을 찾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그리고 당신의 밤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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