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우리대학 곳곳에 장애학생이 이용하기 어려운 시설들이 많다.

#대학생 김동국 씨의 하루는?
나는 지체장애를 가진 동국대학교 학생이다. 오늘 아침, 장애인 택시를 이용해 사회과학관까지 올라갔다. 교양수업 연강이 있는 날. 사회과학관에서 법학관으로 이동해야 한다. 법학관으로 가기 위해 혜화관 엘레베이터를 기다린다. 사람이 많지만 계단을 이용할 수 없다. 수업 후 친구들과 상록원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우리학교 명물 치즈돈가스는 상록원 2층에 올라가야 받을 수 있다. 친구들이 나 대신 식판을 받아줬다. 친구들이 있어 2층 메뉴를 먹을 수 있었던 감사한 하루였다.
 

열린 문, 장애학생지원센터

우리대학은 2017년도 1학기 기준, 8명의 장애학생이 재학 중이다. 장애학생은 대학진학을 준비할 때 비장애학생보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으로 지원할 경우, 대학마다 다른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전형의 세부사항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대학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은 장애 등급 제한이 없지만, 연세대학교는 장애 1~3등급까지만 지원할 수 있다.
전형의 세부사항뿐만 아니라 입학 이후 학교생활을 하며 발생할 수 있는 불편사항에 대한 학교별 지원수준 역시 고려해야 한다. 한 장애학생은 “특히 수업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가 중요했다”며 “입학 전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전화해 국가지원의 원격속기서비스 제공과 도우미 친구 연결 여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장애학생은 학교에 다니며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학생에 대해 각종 편의를 제공해 학습 성과를 높인다. 또한 다양한 교육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졸업 후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우수 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해 출범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 김승욱 계장은 “장애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이용한 학생들은 “불편사항을 전할 때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며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망설여지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라고 밝혔다.

장애학생 교육환경, 몇 등급?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대학 장애학생들의 교육환경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전체학생 중 장애학생은 매우 소수이다 보니 수업 진행에 있어 배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한 청각장애학생은 “장애학생이 같은 교실에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교수가 과제나 휴강과 같은 중요한 사항들을 칠판에 쓰지 않고 이클래스에 공지한 적이 있었는데 매우 불편했다”고 고충을 전했다.
우리대학에서 제공하는 공개강의 서비스 중 하나인 OCW(Open Course Ware)의 경우 자막이 따로 제공되지 않아 청각장애학생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교수학습지원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OCW는 빠르게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자막지원이 어렵다”고 밝혔다. 청각장애학생은 “자막이 없는 강의 영상은 시청하기 힘들다”며 “입 모양으로 유추해야 하므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대학에서 학교 차원으로 실시하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이해 및 교류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보나(법학16) 양은 “발목을 삐어서 발목보호대를 찼었는데 학교에 언덕이 많아 움직이기 불편했다”며 “평소 장애학생들이 학교에 다닐 때 그런 일상적인 부분에서까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스템의 부재, 불똥은 장애학생에게

우리대학과 달리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는 장애 이해 교육 및 인식 개선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장애인·비장애인 학생 간의 이해 프로그램으로는 장애학생 도우미 학생과 사회봉사 강좌 수강생의 일부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 이해 교육이 있다. 서울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교직원들과 매 학기의 신임 교수들에게 장애이해 교육을 한다. 서울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임희진 전문위원은 “학교는 통합학습공간이기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상호이해가 중요하다”며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우리대학은 장애학생 지원에 대한 조직적인 시스템의 부재라는 또 하나의 한계를 가진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생처 산하 기관으로 실무를 보는 팀원이 단 한 명이다. 이 교직원은 장애학생지원센터 뿐만 아니라 많은 업무를 동시에 보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상담교수, 전문위원, 속기사, 차량기사, 공익근무요원 및 전문도우미가 지원인력으로 존재한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온라인 홈페이지는 공지사항이나 절차 등에 대한 게시물이 지난 3년간 올라오지 않았고 장애학생 도우미 제도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이에 대해 김승욱 계장은 “장애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도우미를 신청하는 식으로 이뤄졌기에 따로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며 “17년도부터 홈페이지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그림의 떡, 교내 편의시설

시설적인 면에서의 한계도 있다. 지체장애학생인 박성준(법학과 석사 2학기) 군은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므로 수업을 받을 때 공간의 제약이 많았다”며 “듣고 싶은 수업이 가기 어려운 강의실에 열린 경우, 강의실 변경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강의실 변경에 관해 김승욱 계장은 “강의실이 지체장애나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다면, 장애학생지원센터에 강의실변경을 신청할 수 있으며 도우미제도를 통해 수업을 이동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수업강의실은 장애학생의 요청으로 변경 할 수 있지만, 교내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동아리 방이 있는 학생회관은 5층 규모지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이동이 불편한 장애학생들은 사실상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기 어렵다. 학생회관은 현재 건물의 노후화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하다.
또한, 남산학사 푸드코트를 제외한 상록원 2·3층, 경영관 지하의 그루터기, 학술문화관 지하의 가든 쿡(Garden Cook) 모두 장애학생 혼자 휠체어를 타고 접근하기 힘들다. 다향관 1층 입구의 경사로, 학림관과 팔정도 사이 언덕은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휠체어로 이동이 일체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대학은 아직 경사로에 휠체어 리프트 설치 계획이 없다.
시설적인 문제는 비단 서울캠퍼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이오메디캠퍼스(이하 BMC)의 셔틀버스는 휠체어를 동반해 탑승할 수 없는 일반 관광버스다. BMC 시설팀 관계자는 “버스가 학교 소유가 아닌 전세한 버스기 때문에 휠체어 리프트 등의 설치가 힘들다”고 밝혔다.


입학의 관문, 더 개방해야

이러한 한계는 장애학생의 입학에 영향을 미친다. 2018년도 기준 우리대학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은 경영학과, 법학과, 컴퓨터공학과로 한정돼 있다. 입학처 이경재 팀원은 “선발학과 한정의 이유는 학교의 시설 및 환경적 요인에 있다”며 “휠체어가 이동 가능한 경사로나 승강기가 설치된 건물에서 전공수업이 이뤄지는 학과를 우선적으로 선발했다”고 밝혔다. 입학 가능 학과의 제한에 대해 한 장애학생은 “미대나 체대처럼 특별한 실기능력을 요구하는 학과에 제한이 두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 이외의 학과에 굳이 제한이 있는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한태식(보광) 총장은 인권 교육·연구 중심대학 지정을 위한 협약식에서 “인권중심대학으로서 지역사회 공동체의 인권증진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중심대학’은 장애학생에 대한 충분한 복지가 이뤄져야 이로써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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