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된 의제 속에 드러난 학생자치기구의 헛점들

▲이달 24일 개최된 사과대 단학대회에서 학생들이 비표를 들어 찬성하고 있다(좌) 전학대회·단학대회 미개최 논란으로 발표된 입장서들(우).

최근 우리대학 총학생회 ‘하이파이브’(이하 총학)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와 사회과학대(이하 사과대) 운영위원회의 학생대표자회의(이하 단학대회) 미개최가 논란을 일으켰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 상반기 전학대회 미개최에 대해 사과대·불교대 운영위원회가 총학 측에 입장서를 낸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전학대회는 학생총회 다음으로 큰 의결기구이며 학생총회의 소집 요구권, 총학생회 정·부회장 탄핵 소추권 등 학생회 관련 중요사안을 심의하고 의결할 수 있다. 총학 회칙 제22조에 따르면 학기마다 2회의 정기회의를 갖고 소집 요구 시 임시회의를 가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학대회는 과 학생회장들이 총학, 단과대와 공식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며 과 학생회장들과 총학의 가교 역할을 한다.

입장서에 대한 반응 엇갈려

지난 7월 18일 사과대·불교대 운영위원회에서 상반기 전학대회 개최 무산에 따른 학생회칙 위반에 관한 공식 입장서를 발표했다.
두 단과대 운영위원회는 입장서를 통해 “전학대회 미개최 문제에 대해 학기 중에도 수차례 논의했다”며 “지난 6월 12일 9차 총학생회운영위원회(이하 총운위) 회의를 통해 방학 중 개최를 결정했지만 7월 10일 11차 총운위 회의 때, 무산의 가능성을 이유로 개최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회칙에 정해진 사안을 총운위 회의에서 의결할 수 없다”며 회칙을 지키지 않은 총학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리고 서로 토론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지속해 만드는 것이 총학의 책임임을 강조하며 “학생들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총학의 책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총학의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지난달 29일 총학은 상반기 전학대회 미개최에 대해 9개 단위와 함께 입장서를 발표하고 전학대회를 진행하지 않은 것을 인정하며 학생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전학대회를 아예 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개최가 어려운 방중보다는 대표자들이 가장 많이 모일 수 있는 시기에 개최할 수 있도록 안건으로 상정해 9월 4일 개최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총학은 총운위 회의에서 의결된 사항에 대해 입장서를 낸 사과대와 불교대 측에 유감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 사과대 운영위원회의 한 학생은 “총학 입장서엔 사과대와 불교대 입장서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고, 유감이라고 표현한 것은 두 단과대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총학이 과 학생회장들의 의사결정권을 제한해 의도적으로 다각적인 접근을 배제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사과대 운영위원회가 학생총회 소집을 요구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오갔다.

단학대회 미개최 논란도 이어져

우리대학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두 입장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그 과정에서 전학대회 미개최로 총학을 강하게 비판한 사과대조차 올해 상반기 단학대회를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단학대회는 해당 단과대 대표자들과 학생들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다. 전학대회와 마찬가지로 학기 당 2회 개최해야 한다. 덧붙여 단과대 학생회칙이 없는 경우에도 총학 회칙에 따라 정규회의를 열어야 한다.
사과대를 포함해 대부분의 단과대에서 단학대회를 정규회의로 규정하고 있으나 사실상 지난 1학기엔 경찰사법대, 사범대, 총동아리연합회만이 단학대회를 개최했다. 이에 사과대는 7월 31일 ‘2017 사과대 상반기 학생대표자회의에 대한 입장서’를 발표하고 학생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하며 방중에 단학대회를 개최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로 이달 24일 경영관 L301에서 사과대 방중 단학대회가 개최됐다. 

학생회와 학생들의 노력 요구돼

우리대학 학생자치기구 내부에서 이런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하다. 이러한 논란을 지켜본 한 재학생은 “학교를 3년 동안 다니면서 전학대회·단학대회라는 학내 회의 체계를 처음 들어봤다”고 전했다.
이에 장수정(행정15) 사과대 학생회장은 “전학대회·단학대회는 학생사회의 고민을 함께 다루며 학교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기구이다”라고 말하며 “전학대회·단학대회 논란에 관한 문제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전체적인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학·단과대의 안일한 태도와 학생들의 무관심이 빚어낸 문제라는 의견이 있었다. 여대희(법학16) 법과대 학생회장은 “회의기구체계에 대해 홍보가 없다면 학생들이 그에 대한 정보도 모를뿐더러 그에 대한 피드백도 오갈 수 없다”며 “학생과 학생회, 학생과 자치 및 의결기구들이 쌍방향적 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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