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섭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6학번

사람들은 흔히 “그건 다른 거야”를 “그건 틀린 거야”라고 잘못 말한다. 가볍게 넘어가 줄 법한 단순한 어휘적 실수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는 우리의 의식이 반영되어있다.

 다름이 곧 틀림일 경우 얼마나 무서운 세상이 도래하는지는 중세 기독교 시절을 참고하면 알 수 있다. 중세시대는 신 중심의 기독교를 진리로 삼던 시기였으며 그 시대의 사람들은 아직 비이성적인 존재였다. 이들에겐 종교가 곧 진리였으며 교회는 진리의 유일한 생산자였다. 신이란 진리 아래 사람들은 마녀사냥 세력 처형 등의 비인도적 행위를 정당화했다.

 사회는 다양성을 잃어갔고 교회는 사람들이 종교 이외의 것을 생각하기 어렵게 했다. 소수의 인식지배는 그들에게 권력을 독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부패하게 만들었다. 종교 명목으로 떠난 십자군 원정은 퇴색됐고 교회는 그들의 지위를 악용해 면죄부를 판매했다.

 오늘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중세시대의 사람들과 다르게 자유의 본질과 중요성을 파악한 현대인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태 곳곳에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SNS상에서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폭력적인 어조로 굴복을 요구하고 자신의 생각에 모순이 있음을 거부하며 견강부회적 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더 발전되고 복잡해진 사회구 조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집단을 파생시켰고 더 잦은 충돌을 야기했다. 중세의 종교적인 갈등을 넘어 오늘날에는 세대갈등, 정치갈등, 남녀갈등, 노사갈등 등 더 세분화된 갈등구조는 사회의 불안감을 키워나갔다. 존중 없는 다양성은 무한 갈등을 초래했다.

 현대사회에서 이분법적 시각은 분명한 ‘악’이다. 가치관이 다른 여러 사람 간의 분쟁을 조장하고 사회의 다양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이를 의식적으로 거부해야 하며 다름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일궈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첫 발걸음은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자세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