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된 서울역고가를 재활용해 문화공간으로 조성

  1970년에 완공된 서울역 고가도로가 2006년 구조 안정성 평가에서 ‘부적합’판정을 받은 뒤 사람 중심도보인 ‘서울로’로 재탄생한다. 이곳은 17개 서울내 명소와 연결하는 분기점으로 역할함과 동시에,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개장을 10일 앞둔 지난 수요일, 서울시청 공무원 동행하에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서울로를 먼저 체험할 기회를 가졌다. 

서울로 7017 조감도 (사진출처: seoullo7017.seoul.go.kr

  서울역 고가에 조성한 공중정원, 이른바 ‘1970년 준공된 서울역 고가가 17개의 보행길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인 ‘서울로 7017’이 오는 20일 공식 개장한다.
이곳에는 공연무대, 카페 등 편의시설이 설치되고, 원형 화분에 228종의 다양한 식물을 심음으로써 삭막한 ‘차량길’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매력적인 ‘사람길’로 탈바꿈한다. 

서울로를 즐기러 서울로

  회현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서울시청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로 7017’이 시작하는 퇴계로 초입으로 향했다. 서울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남산육교 밑을 지나면서 시작한다. 시작점에서부터 종점인 만리동 방향까지 나무를 ‘가나다’순으로 심어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수목의 이름을 알 수 있게 했다.

  각 식물마다 개화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시기마다 다양한 서울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서울시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던 부분이었다.

  더욱이 각 화분에는 QR코드와 NFC태그를 부착해 한 과에 속한 나무의 정보를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이는 향후 출시될 ‘서울로 7017’ 어플을 이용하면 서울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서울시청 채진해 주무관은 “이 어플을 이용하면 각 수목에 대한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로를 올라 얼마 지나지 않으면 대우빌딩과 호텔마누빌딩으로 이어지는 연결통로가 보인다. 대우빌딩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남산공원으로, 호텔마누 빌딩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숭례문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또한 서울로를 걷다 나타나는 화장실이 혼잡할 경우 서울로와 연결된 빌딩들의 화장실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한편, 서울로 중간부에는 문화역서울284와 철길, 숭례문, 남산타워, 남대문교회 등 탁 트인 서울의 명소를 공중에서 바라볼 수 있어 사진 촬영 명소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중림동, 청파동, 만리동 광장으로 나뉘는 서울로의 끝자락에는 기존의 폭보다 더 넓은 장미광장이 보인다. 이곳에는 장미, 벚꽃 등 장미과 나무가 심어져 있고 장미무대가 설치돼있다. 공연과 관련해서 채진해 주무관은 “이곳은 버스킹 공연을 위해 특별히 만든 곳이다. 단, 공연을 위해선 서울시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미무대를 지나면 작은도서관 형태로 운영하는 ‘정원교실’이 있다. 이곳에선 정원관리, 어린이 드로잉 교실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어 아이와 부모들이 유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서울로의 마지막은 만리동 광장이다. 담당자는 이곳이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이 집회나 시위의 장소로 변질될 우려될 있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채진해 주무관은 “시 차원의 조례 등을 통해 집회나 시위장소로의 활용은 금지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서울로는 총 144명의 자원봉사자 ‘초록산책단’이 직접 이곳을 관리하고 운영하게된다. 이들은 12주의 양성과정을 거쳐 식물관리, 체험프로그램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매주 1회씩 서울로의 안전계도안내, 순찰과 청소, 이용통제 등을 맡는다. 그리고 인형극단반, 도감제작반 등 동아리활동도 같이 병행한다.

  앞으로도 초록산책단은 서울로7017의 편의시설 관리 및 시민참여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운영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광 허브 서울로

  새로 생기는 서울로는 그 역할에 맞게 단절된 서울의 명소들을 가깝게 연결하는 역할을 해냈다. 직접 경험해본 결과, 회현역에서 중림동까지 기존 동선에서는 신호대기 3번, 횡단보도 6개를 지나야 했던 것이 서울로가 생기면서 한 번에 연결됐고, 14분가량 보행 시간이 단축됐다.

  이러한 보행 환경의 개선과 서울로가 지닌 다양한 편의시설로 인해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이 유입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서울시는 이러한 유동인구의 증가를 통해 도시 재생, 지역 단절 해소, 상권 활성화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로는 17개의 연결 통로가 형성되어 다양한 관광 코스가 생겼다. 그 중 우리대학과 가장 근접한 회현역과 연결되는 ‘남산 회현 코스’를 걸어보았다.

  남산 회현 코스는 숭례문, 문화역서울284, 남대문교회, 백범광장을 돌아보는 도보 관광코스로, 서울시는 이를 통해 서울의 옛 모습과 골목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고 소개한다. 이곳은 우리대학 상록원에서도 출발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회현역 5번 출구로 나와 남대문 시장을 지나 걷다 보면 숭례문에 도착한다. 하지만 숭례문에서 다음 장소인 문화역서울284로 가는 길은 교통량이 많고, 빈번히 나타나는 공사 구간 때문에 산책로로 이용하기엔 어려워 보였다.

  횡단보도를 여러번 이용해야하는 불편함도 있다. 이에 우회해야만 하는 구간이 많아  남산 회현 코스는 걷는 것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길은 아니었다. 단지 여러 관광지를 도보로 둘러볼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을뿐, 느긋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라고 보기엔 어렵게 느껴졌다.

  시끄러운 소음을 통과하여 마침내 도착한 문화역서울284는 구 서울역사를 개조한 것으로, 앞에는 광장이 있다. 현재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최근 화제가 됐던 슈즈트리 등 각종 전시와 공연 등의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이다.

  다음 장소인 남대문교회는 1950년대 우리나라의 석조교회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며 이곳과 서울스퀘어 사이에 위치한 ‘스퀘어가든’은 드라마 ‘미생’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서울 성곽길을 따라가다보면 나타나는 백범광장은 남산 중턱에 위치한 공원으로, 복잡했던 서울 도심 전체 전망이 잘 보이고 공원 전체에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으니 산책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서울로는 낮에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각종 식물들을 구경하고, 체험 활동을 하고, 밤에는 은은한 조명 속에서 산책을 하기 좋다. 반면에 남산 회현 코스는 차량 통행량이 줄고 해가 저문 저녁 시간대에 천천히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안전 ‘녹색등’ 켜진 서울로

  이렇듯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서울로지만 47년 된 고가도로의 안전성에는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많다. 정상적인 교량은 총중량이 43톤인 차량까지 운행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역 고가도로는 노후화로 인해 1998년 이의 30% 수준인 13톤으로 차량의 운행을 제한했다.

  이후 2006년과 2012년 모두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 2015년까지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안전등급 D등급이란 ‘긴급 보수·보강, 사용제한 여부 결정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철거보다는 재활용을 택했다. 콘크리트 바닥 판 대부분을 철거한 후 다시 설치했다. 또한, 교량 받침을 지진에 견딜 수 있게 교체하는 등 21톤의 차량까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보수·보강해 보행 교량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역 일대 종합발전기획단 최연섭 주무관은 “정밀안전진단이란 외부 안전점검진단기관에 의뢰하면 점검을 해서 상태평가를 한다”며 “현재 서울역 고가도로는 사업부서에서 초기점검을 추진 중이며 시공을 B등급이 나올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안전등급에 관해 설명했다. 이처럼 안전을 우선시하는 서울로는 5만 명의 하중까지 견딜 수 있다.


 서울시는 개장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다양한 안전관리 매뉴얼을 수립하고 있다. 우선 이용객이 5,000명을 넘을 경우, 입구에서 출입 인원을 통제한다. 서울시청 온수진 주무관은 “5,000명이라는 기준은 1㎡당 1.4명이 걸어 다니는 것으로 보행의 편의성을 위한 기준이다”라며 “그 기준을 넘어가면 모든 출입구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주 출입구인 회현역 연결지점과 반대편의 장미광장에서 출입을 막을 수 있다”라고 기준과 통제 방식에 관해 설명했다.

  자연재해 역시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인근 경찰서, 소방서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여 대응 매뉴얼을 수립한 상태이다.

  가령 태풍의 경우, 강화유리로 된 안전난간의 길이를 가장 적절한 1.4m로 조정했기 때문에 바람에 흔들리거나 깨질 위험이 적다. 철길 구간에는 안전성을 위해 1.6m의 철조망을 추가로 설치했는데, 바람이 통과하는 구조로 되어 태풍에도 대비할 수 있다. 이밖에도 서울시에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고가를 철거해 지하화  하는 추세이다. 미관을 훼손하고, 대기 질을 악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과는 달리 서울로는 철거 대신 재활용을 선택했다. 안전성과 시민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만큼, 서울로가 문화·자연 융합의 대표 사례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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