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이 개교한지 어느덧 111주년이 됐다. 그동안 우리대학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불교대학으로서 불의에 맞서 싸운 시간들이었다. 특히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했던 4.19 혁명 과정에서 우리대학 동문들은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우리대학에서는 추모식과 각종 행사를 통해 당시 동문들을 기억하는 등 동국이 지나온 길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대학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과연 우리대학이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지난달 29일 연등제가 우리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동안, 일부 학생들이 현 총장의 자격과 종단 개입을 문제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유인물을 나눠주는 등의 행사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사는 교직원들로 인해 제지됐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피켓이 부서지는 등 단순 제지를 넘어 교직원들이 다소 강압적인 분위기로 학생들을 대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진행되던 연등제가 우리대학 행사가 아닌, 불교행사이므로 학생들의 행위가 행사의 취지와 맞지 않아 막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더욱이 이달 1일에 열린 개교기념식 행사에서는 특정 학생들이 행사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직원들이 끊임없이 감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행사장에 진입해 총장 자격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경계심 때문이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은 타인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통령이 지나가는 길에서도 마음껏 자신의 의견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다.

연등제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대학에 온 불자나 개교기념식을 축하하기 위해 온 외부인사가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경계하는 그 광경을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 정권과 싸운 동문들이 있었던 학교라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111주년 개교기념식에서 이사장인 자광스님은 총장과 이사장이 모두 스님이니 다른 욕심이 없다며 학교를 믿고 구성원들이 학교발전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주기를 부탁했다. 새 교훈 선포와 함께 동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제시한 자리였다.

그러나 과연 지금 우리대학은 구성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상황일까. 교직원이 개교기념식 행사 내내 학생들이 들어올까 감시해야 하는 대학, 불교행사에 관련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표현을 무시하는 대학은 결코 구성원들을 하나로 모을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대학이 불교 이미지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종립대학처럼 종교적 색채를 줄이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자고 주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진짜 우리대학이 불교종립대학으로서 불교정신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다. ‘지혜, 자비, 정진’이라는 새로운 교훈을 발표했던 개교기념식인만큼 그 식장에 들어오는 모든 학생들을 막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우리가 가야할 길은 단 하나다. 지혜와 자비. 과연 지금 우리는 가야할 길을 가고 있는가. 지나온 길과 너무나 다른 길을 가고 있지는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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