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비롯한 질높은 교양으로 학술지 찬사, 상반된 학생들 반응

우리대학 다르마칼리지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와 함께 ‘인문 교양’ 대학으로 손꼽힌다. 인문학을 비롯한 각종 학문을 주제로 질높은 교양을 제공하고 있어 여러 학술지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융복합 인재’로 만들어주겠다던 취지와 다르게 학생들의 평가는 마냥 좋지 않다. 우리대학 커뮤니티 등에서 다르마칼리지가 단과대 특성이나 수업 특성에 맞추지 않고 무분별하게 만든 커리큘럼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원흥과 내 아리수 매점 북카페에서 협동 글쓰기 팀플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

 
우리대학은 지난 2014년 기존 교양교육원 체제를 단과대학급의 다르마칼리지 (DharmaCollege)로 확대했다.
다르마칼리지는 ‘인류의 지적, 예술적 유산에 대한 광범위하고 균형 잡힌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 각자가 자유롭고 관용적이며 창의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다르마칼리지 교과 과정은 ‘대학생활탐구’, ‘자아성찰’, ‘21세 기 시민’, ‘글쓰기’, ‘세계명작세미나’, ‘기업 가정신과 리더십’, ‘English for Academic Success(이하 EAS)’, ‘지역연구’, ‘소프트 웨어’로 이뤄졌다.
하지만 다르마칼리지 교과과정 개선은 매번 총학생회 공약 1순위로 거론된다. 이번 보궐선거로 당선된 총학생회 ‘하이파이브’는 “‘지역연구’, ‘21세기 시민’, ‘나의 삶, 나의 비전’과 같은 강의를 단과대별로 필요한 내용의 P/F 수업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우리대학 교양 교과과정의 문제점은 과연 무엇이고 타대학은 교양 교과과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학생에게 부담되는 강의교재

다르마칼리지의 ‘세계명작세미나’ 강의는 세계명작 100권을 활용한 융복합 수업이다. 세계명작세미나 강의는 5가지(존재와 역사, 문화와 예술, 지혜와 자비, 경제와 사회, 자연과 기술) 영역으로 구성됐다.

두 가지 영역이 합쳐진 융복합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이에 대해 의 견이 분분하다. 한 학생은 “교원 배치에 의문이 든다. 교수님들은 대부분 한 전공에 대해 전문가인데 두 전공을 합쳐 수업하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세미나 강의의 선호도는 담당 교수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강의 주제에 따른 수업 편중화도 심했다. 실제로 지난 학기 정원이 40명인 존재와 역사 세미나 강의 하나가 그 4분의 1 수준인 11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또한 “세미나 강의의 특성상 강의마다 인문 서적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는데 정원 이 40명이라 너무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유지혜(국문문창16) 양은 “강의 시간에 발표 인원이 너무 많아 깊은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세계명작세미나 강의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교재였다. 우리대학 커뮤니티에서도 “세계명작 100권이 학생들에게 너무 많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책이 너무 많아 겉핥기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커리큘럼 상 세미나 강의는 한 강의당 5권의 명작 외에도 부가적으로 여러 권의 책을 권장한다. 책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중앙도서관에 비치된 책의 권수가 한정된 것이 제일 큰 문제로 대두됐다.

학기당 세미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은 넘쳐나지만 도서관에 비치된 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대학 다향관에서 명작 도서 구매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한 권당 3만 원씩 하는 교재를 한 수업을 위해 다섯 권이나 구매하는 건 큰 부담이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발제, 토론, 에세이, 퀴즈 등 타 교양 강의에 비해 너무 해야하는 것이 많다는 불만도 있었다.
 

혼란스런 이수체계 변경

EAS의 이수체계가 이번 2017학년도부터 개편돼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EAS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모의 토익을 기준으로 그룹을 나뉘어 각 단계에 맞는 강의를 듣는 방식이다. 2014학년도부터 2016학 년도까지 전체 등수를 기준으로 E1, E2, E3로 세 그룹을 나누었다. 하지만 2017년도부터 점수를 기준으로 S0, S1, S2, S3, S4 다섯 그룹으로 나눠지게 됐다. 이수체계 또한 바뀌었다.

기존의 이수체계에서는 수업 이수 면제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수 그룹 기준에 상응하는 어학성적(토익, 토플 등) 보유 시, 매 학기 말 수업 이수 면제 신청이 가능하게 됐다. 이는 2017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되는 체계로, 재학생의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조윤경(광고홍보학16) 양은 “EAS 그룹체제가 바뀌며 작년과 다른 레벨의 강의로 옮겨 가게 됐지만 17학번이 아니기 때문에 작년 레벨과 동일한 이수체제가 적용돼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학교 측에서는 비효율적인 분반 시스템을 개선하여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효과적인 수업 진행을 위해 체계가 변경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학생은 “수업을 듣지 않는 S0반을 제외하면 기존의 3개의 그룹을 4개로 나눈 것밖에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하며 “이는 실제 수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수준 차이 해소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 했다.

2017학년도부터 개편된 교과과정은 영어 교양뿐만이 아니다. 기존의 ‘리더십’ 강의는 ‘기업가정신과 리더십’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됐다.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은 ‘소셜앙트러프러너십과 리더십’으로, ‘자기관 리와 리더십’은 ‘글로벌앙트러프러너십과 리더십’으로 강의명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수업방식과 학점제도도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팀 프로젝트(이하 팀플)와 발표로 이뤄졌던 기존의 리더십 강의는 모두 사이버 강의로 바뀌었다. 이에 한 학생은 “리더십 강의의 본래 목적이 사이버 강의라는 방식과 부합하지 않고, 강의의 본질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교육목표와 맞지 않는 강의방식
 

리더십 강의 학점제도는 기존의 상대평가 방식에서 P/F 방식으로 전환됐다. 지난 학기 리더십 강의 재수강 학점을 받은 학생들은 학점이 P로 변경될 예정이다. 지난 학기에 리더십 수업을 이수한 이승현(북한학16) 양은 “학점제도의 변경으로 지난 학기에 수 업을 들은 것이 손해인 느낌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역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며 “P/F로 갑자기 바뀌어버린 탓에 재수강 해야 하는 학생들의 학점이 공정하지 않게 처리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다르마칼리지 강의 중 팀플이 교과 과정에 포함된 강의는 ‘대학생활탐구’, ‘21세기 시민’, ‘글쓰기’, ‘세계명작세미나’, ‘지역연구’이다. 이는 총 9가지의 공통교양 중 5가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대학 학생들은 일부 단과대를 제외하고 졸업 전 총 8회의 팀플을 수행해야 한다.

다르마칼리지 출범 당시 우리대학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구시민의 덕목을 길러주기 위한 과목과 자기계발을 위한 과목에서 팀 프로젝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팀플 수업이 교양강의에 많이 개설됐다. 하지만 글쓰기 강의에서의 팀플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무분별한 팀 프로젝트 도입

논증적 글쓰기 수업을 이수한 한 학생은 “글을 나눠서 쓰는 것이 글쓰기 능력 향상에 도움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서로 다른 성향과 문체를 가진 학생들이 한 방향의 글을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실용적 글쓰기 수업을 이수한 한 학생은 “상품이나 행사를 계획하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실생활에 쓰일지 의문이었고 또한 그것을 팀원들과 서로 나눠쓰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구시민 덕목 함양과 자기계발을 위해 팀플을 실시했던 우리대학의 목표와는 달리 각 과목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많은 교과과정에 팀플을 접목함으로써 학생들이 본연의 수업내용에 집중하기 힘들어졌다.

‘대학생활탐구’ 교양과정에는 ‘나의 삶, 나의 비전(이하 나삶나비)’이라는 교과목이 개설돼있다. 나삶나비의 교육목표는 개인의 비전과 진로를 탐색하고 설정 및 준비한다는 것이다. 타 과에 비교해 진로의 방향성 이 뚜렷한 공과대와 불교대, 예술대 같은 단과대도 나삶나비 수강 대상자에 해당된다. 진로 설정을 끝낸 후 대학에 진학한 불교대 스님의 경우 나삶나비 수업에서 직업카드를 분류하는 시간은 무의미하다.

지난 학기 나삶나비 수업을 이수한 한 스님은 “스님들에게는 불필요한 수업이라고 느꼈고 스님들이 하기에 어려운 콘텐츠들도 있었다”고 답했다. 이는 우리대학 공통교양 교과과정이 단과대의 특성에 맞지 않게 구성됨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다.

우리대학 다르마칼리지 교과과정 일부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과과정 중 일부.

 
단과대 특성 고려 안 한 교과과정

이번 보궐선거로 당선된 총학생회 ‘하이파이브’는 지난 2차 공청회에서 “단과대의 특성에 맞는 교양과정 개편을 추진할 것이 다”라고 밝혔다. 김보나(법학16) 양은 “나삶나비 과목이 1학점짜리 강의이긴 하지만 자신이 듣고 있는 단과대와 관련된 진로 탐색이 이뤄진다면 더 값진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은 2014년을 기준으로 교양 교육 과정에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생겨났고 무리한 팀플과 단과대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교과목은 학생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했 다. 이러한 우리대학 다르마칼리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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