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생회 선거 계기로 학생회 존립의 가치, 우리 스스로 다시 제고해야"

 

지난 11월 학생회 선거의 무산으로 비어있던 자리에 보궐선거로 새로운 학생회가 들어섰다. 학생 자치를 위한 학생회가 새롭게 들어선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선거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학생회 선거는 유난히 논란이 많았다. 우선,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카운터펀치’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가 학교의 지원을 받아 선거를 준비했다는 논란이 있다. 선거 공청회에서 카운터펀치 선본은 지난해 평생교육단과대 설립에 반대했던 학생들의 농성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 사진의 출처가 학교 교직원이라는 논란이다.  
또한, 카운터펀치의 전 선본장이 부학생회장 후보자를 찾는 과정에서 했다고 전해지는 발언도 심각한 논란을 낳았다. “학교 측에서도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해 원하는 학생을 지원하려 한다”는 발언 때문에 농성장 사진 논란과 더불어 카운터펀치 선본이 학교의 지원을 받고 있지 않느냐는 학생들의 의심은 더욱 커졌다.
상대후보였던 ‘베플’ 선본에도 논란이 있었다. 베플 선본의 구성원들과 사회과학대 선거관리위원장이 작년 총학생회에서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중립적으로 선거업무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 커뮤니티인 ‘디연’에는 사회과학대 선거결과를 믿을 수 있겠냐는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출마자에게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총학생회 ‘리얼리;D’ 선본의 정후보자가 과거 통합진보당 당적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원색적인 색깔론을 제기한 글들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총여학생회의 존립근거에 대한 논란도 여전했다. 특정한 학생자치기구의 존립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만 유효하고 가치 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일부 익명 SNS 게시판에서 보여준, 그저 서로를 비난하고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말에서는 아무런 가치를 찾을 수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하나같이 모두 심각하다. 학생자치기구 선거에 학교가 개입했다는 논란부터 선거의 중립성 논란, 그리고 후보자 개인의 배경을 두고 벌어진 원색적인 색깔론까지. 신성하게 치러져야 할 학생회 선거가 이런 논란 때문에 혼란에 휩싸였다는 것 자체가 학생회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각종 논란들이 선거의 중심이 되면서, 우리에게 남는 것은 없었다. 그저 특정 출마자가 운동권인지 비운동권인지에 대한 구분과 학생회 선거는 역시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만이 남았다.
학생복지부터 우리대학 내 불합리한 총장선출 구조개선까지 향후 학생회가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막중한 책임을 지닌 학생회 선거에 학교 측이 개입했다는 논란은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져야 하고, 기성 정치권에서도 없어진지 오래인 낡은 색깔론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나날이 떨어지고, 아직 학생회를 꾸리지 못한 단과대도 존재한다. 학생사회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 스스로 학생회의 가치를 높여야 할 때다. ‘학생회는 유일한 학생대표기구다.’ 참 간단한 명제이지만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실천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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