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어진 영어영문학과 17학번

3년 전, 수학여행을 위해 즐겁게 배에 올라탄 아이들은 다시는 땅을 밟지 못했다. 사회 전반의 안전 체계는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고, 다시 세상에 나갈 수 있으리라는 아이들의 희망은 산산이 깨졌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전반에 침체와 공황을 야기했고, 여전히 우리는 그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는 비극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비극을 잊지 않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거리에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떠나간 이들을 그리워하는 노란 리본이 흔들리고, 국민의 촛불이 하나씩 모여 나태하고 부패한 정권을 밀어냈다. 세계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무너지지 아니하였음을 당당히 보여주었고, 이제는 새로운 정부와 새로운 시대를 위해 목소리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비극을 비극 자체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슬픔과 잘못을 말할 때마다 그들은 마치 공격을 받은 것처럼 극렬히 반발한다. 그리고는 마치 솔직하게 감정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잘못했다는 듯이 분위기를 흔들고, ‘민감한’ 이야기의 화두를 던진 사람들을 조롱한다. 모든 것이 진영의 논리로, 흑백의 논리로 흩어지고, 모두가 자신의 ‘옳음’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강력히 피력하고자 목에 핏대를 세운다. 오늘날 어디에서나 혼란의 장에 빠져 자신의 잣대로 서로를 짓누르는 광경들을 볼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는 물론 현실에서까지 목소리를 드높이며 자신의 옳음을 극단적으로 증명하려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자신의 의견에 확신을 가진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그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부터 대의를 위해 삶의 소소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저 비극을 비극으로 받아들일 수 있음이, 누군가의 죽음에 진솔하게 슬퍼할 수 있음이 오히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닐까.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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