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경 작가

저출생을 타개하겠다는 현 정부의 유일한 관리대상인 가임기 여성으로서 체감해온 바, 그 관리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되었다. 일단 임신은 여자 혼자 할 수 없는데도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고, 여성만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면서 정작 여성의 이야기를 듣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여태껏 저출생 대책에 들인 80조 원에다 앞으로 얼마를 더 투입해도 전부 헛돈이 될 것이다.



 우선 기혼부부의 경우 출생률이 오히려 늘었다. 그런데 한국은 생애 미혼율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축에 속한다. 태어난 이상 결혼할 확률이 아주 높은 사회라는 말이다. 그런 사회에서 최근 들어 주어진 궤도를 이탈하여 비혼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생애 미혼율로 보면 이들은 분명 저출생의 주 원인이 아니다. 비혼남녀 중 여성만 문제가 될 리도 없다. 기혼자가 여전히 많고 기혼부부의 출생률은 비슷한데도 총 출생아 수가 급감한 원인은, 8~90년대 자행됐던 여아낙태다. 지금은 그 무렵 태어난 여성들이 하나 둘씩 산모가 되는 시기다. 믿기 어렵다면 학창시절 남자끼리 짝을 하던 책상이 몇 개가 되었던지 떠올려 보라.

 비혼 인구 증가가 출생률 증가에 도움을 줄 리는 없다. 그러나 고소득, 고학력 여성들이 비혼을 택하는 현상을 인정하고 그 이유를 고려하지 않고는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무엇보다 고학력, 고소득 여성으로서 결혼시장 바깥에 위치한 이들은 바로 그걸 원해서 지금 계층에 속했을 수 있다. 이 중 결혼을 원하는데 아직 미혼인 이들의 혼인 성사를 바란다면,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라고 주장했으면서 여성에게 득 될 게 없는 하향선택을 은밀히 유도하겠다고 말하는 대신 남성의 상향선택을 유도해야 한다. 그게 더 일관된 주장일 뿐 아니라 경험상 하향선택을 꺼리는 여성보다는 자신보다 유능한 여성을 꺼리는 남성을 더 많이 봤다.

 결혼을 당연한 절차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은 앞으로 늘 뿐 줄지 않을 것이다. 살고 싶지 않은 국가에서 인구가 주는 건 자연현상의 일부라고 보지만, 정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결혼제도 밖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당장 주변만 봐도 결혼엔 일절 생각이 없지만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은 있는 여성이 제법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가 변화하지 않는 한 아이를 낳을 의향을 간단하게 버릴 것이다. 저출생을 타개하고 싶다면 주목해야 할 대상은 이들이다.

아이를 낳을 의사가 없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씌우는 방법은 하루 빨리 버리기를 권한다. 얼마나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이들의 의사는 바꿀 수 없을뿐더러, 개인이 원하는 대로 인생을 설계할 자유를 침해당하면서까지 국가의 존립을 지켜야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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