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학생, 관광객을 위해 시행한 공원, 정작 해당 지역의 상인들과 협의는 한 번도 하지 않아

이달 3일 우리대학 페이스북 제보 페이지인 동국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서애공원 조성사업에 관한 글이 게시됐다. 서애공원 조성부지에 있는 음식점과 술집이 모두 사라진다는 내용이었다. 댓글 수는 빠른 속도로 올라갔고 “봉구비어 지켜야 돼”와 같은 상인들을 응원하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잘 모르지만 장사라는 것이 일종의 정치 같기도 하다”, “죽은 사람을 기리자고 산 사람을 죽인다”며 강하게 비판하는 학우도 있었다. 서애공원 조성사업은 서애로를 발전시키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서애로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우리대학 학생들은 이 사업 내용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다.

장밋빛 같았던 사업계획

서애로는 오래도록 그 자리에서 우리대학 학생들의 추억을 책임졌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 건물은 낙후됐고 거리의 위생상태는 심각한 정도에 이르렀다. 긴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정비 없이 사람들을 위해 희생해 온 서애로는 대학가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중구청은 중구에 위치한 각 동에 최소 하나의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1동 1명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의 주된 목적은 충무로 필동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켜 많은 관광객을 모으는 것이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중구청은 우리대학과 협력을 통해 충무로에 서애 대학문화 거리’를 조성하려 했다.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우리대학 기숙사길 일대 남산 연결로 조성’, ‘후문 공연 아카이브 조성’, ‘차 없는거리 및 서애 문화 거리 조성’ 등이다.
또한, 퇴계로 지하보도에 청년 창업가를 위한 ‘청년 창의 공간’을 만들고 충무로 영상센터를 부분 리모델링하여 창업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후문에서 이어지는 서애로와 퇴계로를 중심으로 문화공원을 만들기 위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는 대학생에게는 버스킹 공연 장소로, 주민들에게는 쉼터로 이용될 예정이다. 복잡했던 충무로 일대를 정리하고 문화 거리를 조성함으로써 지역 분위기를 개선하고 대학가를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 중구청은 예상하고 있다.

곤경에 처한 상인들

  문화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지역민의 의견은 분분하다. 공원 조성사업으로 ‘봉구비어’, ‘손문막창’, ‘펀비어킹’, ‘썬더치킨’이 위치한 건물이 강제철거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본인들의 생업을 유지하던 공간을 하루아침에 잃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생기는 문화적 이익과 현재 상인들의 터전을 보존해 줌으로써 지킬 수 있는 생존권 중 어떤 것이 우선시 돼야 할까?

사업에 대한 엇갈린 의견

현재 서애 문화공원 조성사업에 대해서 상인들은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는 견해와 사업의 목적은 정당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동국대학교 대나무숲의 학생들의 반응에서 보았듯, 우리대학 학생들은 가게들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상인들이 가게를 방문하는 학생들에게 반대 서명을 받는 등 적극적인 반발에 나선 것도 학생들의 관심도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우리대학의 모 교수는 “서애로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주거환경 개선과 국민의 정서순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구청에서 내세우는 목적은 정당하다”며 “부분의사에 의해 전체의사가 왜곡되는 것은 옳지 않다. 상인의 입장과 구청의 입장을 둘 다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서로의 주장을 깨기 위해서 타당한 근거가 필요하고 감정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될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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